“호스피스 봉사로 삶 가치 깨쳤죠”

 

죽음이 다가올 때, 힘겹게 치료를 받으며 연명하기보다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는 추세다. 그래도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7월 15일부터 말기 암환자의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8월 31일 찾은 서울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질 것만 같았던 생각과 달리 병동은 평온했다. 유난히 조용하다는 점만 빼면 일반병동과 다를 바 없었다. 오전 10시 회의를 마친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각 병실에 나타나면서 활기를 띠었다. 그들 속에서 오늘의 주인공 강진화 봉사자를 만났다.

그는 2010년부터 6년째 서울의료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매주 월요일 완화병동을 찾아 환자들의 몸을 씻겨주는 목욕ㆍ마사지봉사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종교활동 봉사를 한다.

“남편과 사별하고 하던 일까지 그만뒀죠. 한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때 남편이 암투병 할 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은 게 생각나 지나온 삶에 감사하면서 앞으로 누군가에게 보답하는 길은 무엇일까 생각해봤어요. 결국 남에게 도움을 주고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사는 것으로 정리가 되더군요.”

오랜 고민 끝에 ‘봉사’를 남은 인생의 목표로 삼은 그는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위해 병원에서 정규교육을 받았다. 지금도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매달 실시되는 보수 및 재교육과 세미나까지 참석하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적극적인 그에게 호스피스 봉사는 어떤 의미일까.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는 시간들은 사랑이에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소중한 가치임을 깨닫게 해주거든요. 병동에서 죽음을 앞둔 이들을 보면 앞으로 죽음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같아서 오히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르침을 얻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그는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삶의 가치를 깨쳤지만, 봉사를 시작하고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환자들을 한 명씩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 충격은 말도 못할 정도였어요. 매주 오면 칠판에 임종을 맞이한 분들의 이름이 적혀있어요. 이번 주에 계시던 분이 다음 주에 와보면 돌아가시고…. 한동안은 우울하고 답답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무뎌졌어요. 가슴이 뭉클하고 슬픈지만 그 분들의 마지막 길이 고통스럽지 않게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위안 삼으며 이겨냈죠.”

강 씨는 마음이 힘들 때 사찰에 가서 환자와 자신을 위해 기도한다. 기도 후 병원법당 스님이 알려준 보살의 실천 덕목인 4무량심(四無量心)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독인다. 수많은 인연들을 떠나보냈지만 앞으로도 ‘당연히’ 봉사하며 살 거라고 말하는 그는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통해 소소한 일상 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진화 씨는 호스피스 봉사활동으로 마음이 풍요로워졌다고도 이야기한다. 불안감과 초조함, 고통으로 가득 찼던 얼굴이 평온함과 행복감으로 안정된 표정으로 바뀐 자신의 모습을 보면 ‘내가 참 중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보람이 저절로 찾아온단다. 그렇게 강진화 자원봉사자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값진경험을 쌓았고, 이제는 아픈 환자들은 물론 까다로운 보호자들에게도 친근하게 말을 건넬 줄 아는 봉사자가 됐다.

▲ 강진화 자원봉사자가 환자의 손 마사지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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