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각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남편이 술을 지나치게 마십니다. 먹기 시작하면 며칠이고 병이 나도록 마시니 안 마시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35년을 이렇게 삽니다.

35년이나 바깥분의 음주 때문에 고통 받고 계셨군요. 반주로 즐기는 것도 아니고 병이 날 정도로 폭음을 하시니 얼마나 걱정을 하시고, 얼마나 많이 말렸을까 상상이 됩니다. 좋게 말해도 안 듣고, 잔소리도 해보고, 부부싸움도 하셨을 텐데, 그래도 사랑하시나봅니다. 이렇게 오래 같이 살아주시는 거 보면요. 우리 불자님이 살아 있는 보살이십니다.

불교에서는 술을 팔거나 마시거나 하는 일은 금지사항에 속합니다. 불자들은 수계를 받을 때 오계를 수지하겠다고 선언을 하죠. 그 오계에 보면 불음주계가 들어있습니다. 스님이고, 재가불자고 간에 술은 무조건 마시면 안 되는 겁니다.

왜 안 되느냐. 음주를 본질적으로 죄악으로 보는 시선이 있고요, 또 하나는 계를 지키지 못하게 되도록 만들기 때문에 죄라고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장아함경〉에 보면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이유로 재물을 잃을 수 있고, 병이 생기고, 싸움을 하게 되며, 화를 자주 내게 되고, 지혜가 날로 줄어들고, 악명이 널리 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스님들이 지켜야할 계율을 정리한 〈사분율〉이라는 계율책을 보면요.

안색이 나쁘고, 기력이 줄어들고, 시력이 나빠지고, 어리석은 망상이 일어나고, 생활의 수단을 잃게 되고, 질병을 늘리고, 쓸데없는 판단을 하게 되고, 악명이 높아지고, 지혜가 감소되며, 목숨이 줄어든다고 음주의 나쁜 점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어요.

경전에서도 늘 부처님께서는 음주의 폐해를 설명하시며 술을 마시지도 팔지도 말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셨을까요? 부처님께는 샤가타라는 제자가 있었답니다. 이 제자가 술과 고기를 신자로부터 대접받고는 취해서 많은 실수를 저지른 것이 도화선이 돼서 불음주계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바깥양반한테 설명해봤자 소귀에 경 읽기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술 한 잔 할 일이 왜 없겠습니까? 사회생활 하는 우리 불자님들 보면 회식도 해야 하고 접대도 해야 하고 술을 마시지 않고 싶어도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드셔야 하는 경우도 많죠.

금주는 쉽지 않을 겁니다. 우선은 술을 줄이게 해야 하는데요. 본인의 각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본인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게 하시고, 의사의 조언을 듣게 하세요.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십시오. 당신만 바라보는 우리 가족들 생각도 해달라고 하시고, 애정에도 호소하세요.

잘 설득하셔서 금주 클리닉 같은 데도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안 가겠다고 하면, 절에라도 오세요. 템플스테이에도 참여해보고, 스님과 차담을 통해 고민 상담도 하시면서 술에 의지하는 마음을 털어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집에서만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특히 남편이 “시댁에 뭐한 거 있냐”고 할 때마다 억울한 생각이 들고 자꾸 화가 올라옵니다. 억울한 생각이 들 때 어떻게 하면 될까요? 화를 내고 나면 후회하는 마음이 듭니다.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은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것과 유사하겠죠. 정말 아무 것도 안 해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스스로 받아들이겠지만 우리 보살님은 유독 집에서만, 남편한테만 인정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불쾌하고 억울하겠습니까.

남편이 시댁에 뭐한 거 있냐고 하면 화가 올라오겠지만 우리는 불자잖습니까? 화를 내기에 앞서 내가 시댁에 잘한 건 뭐고, 또 못한 건 뭐가 있을까 하고 곱씹어 보세요. 나는 한다고 하는데 다른 이가 인정을 못한다는 건 조건부로 해줬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니 나한테 이렇게 해줘라’라는 식으로 매번 생색을 내거나 대가를 원했다면 상대방은 진심을 다해 시댁을 대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불자님이 진심을 다했는데도 남편이 매번 저런 식이라면 정말 억울하실 텐데요. 화라는 건 불씨와 같습니다. 부채질을 해주면 불씨가 훅훅 자라나 주변을 다 불태우죠. 하지만 물을 뿌리고 공기를 막아주면 불씨는 저절로 소멸합니다. 내 안에 화가 일어날 때는 화에 스스로를 먹이로 던져주지 마세요. 화는 참을 필요도 없어요. 내가 화가 나는구나 하고 관조하시고, 화나는 마음을 따라가보세요.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이게 화를 낼 일인지 말입니다.

불자님이 인정받지 못해서 화가 나는 건 남편에게 인정받고 싶은 기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한다고 하는데 남편의 인정은 받지 못하고 기대치에 못 미치니 자꾸 실망하고 상처받고 그게 쌓여 이제 원망과 화로 바뀌는 겁니다.

화를 내지 않으려면 그 기대치를 버려야 합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화가 날 때는 내 입장에서 기분 나쁜 것만 생각하지 마시고, 상대방의 입장은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서운함이 쌓여 나를 비난하는 것인지 그 원인을 찾아내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남편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남편이 지금 나에게 제일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얘기할 때까지 말입니다.

한번 대화해서 나올 리가 없습니다. 왜냐? 지금까지 불만이 잔뜩 쌓여왔거든요. 그걸 하나하나 풀어내기 위해서는 열심히 대화하셔야 합니다. 남편이 얘기를 안 하려고 들어도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 불자님이 꾸준히 노력하셔야 합니다.

그러니 불자님이 마음을 더 다스려야 합니다. 화낼 일이 생기면 얼른 심호흡을 하면서 ‘이 화가 어디서 왔나’하고 곱씹어 생각하세요. 내가 한발 물러나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되면 스스로 화를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화를 다스리고, 대화를 통해서 근본원인을 찾아내면 불자님이 뭘 해도 왜 남편이 인정을 하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집착을 버리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열심히 기도하고 수행해야 합니다. 제대로 수행이 되고 제대로 기도가 되면 화가 날 수가 없어요. 불자님은 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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