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치않는 영원한 진리 ‘인과응보’

▲ 영화 '암살' 스틸 컷. 조선 주둔군 사령관인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을 암살하기 위해 조직된 암살단.

2015년은 대한민국이 36년간의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지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으려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액션영화가 개봉됐다. 이 영화는 광복 70주년과 맞아 떨어졌는지, 관람객 1,000만 명을 훌쩍 넘기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낭만주의와 모더니즘이 꽃핀 시기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암살’은 중국 상하이 소재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장 김구 선생의 지시로 조직된 3명의 암살단이 조국을 배신한 친일파와 일본군 수장을 암살하는 활약을 그린 영화다.

실존했던 의열단의 활동 기록을 모티브로 삼았다. 하지만 암살단원과 암살 대상, 암살 사건은 허구다.

김구 선생은 자신이 신임하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 분)에게 일본 측에 노출되지 않은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분),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 분)을 찾도록 지시한다.

암살단의 임무는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 분)을 암살하는 것. 염석진은 이들을 모두 찾아 경성(서울)으로 보낸다. 경성에 모인 암살단원 3명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작전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암살단은 여러 차례 고비를 맞는다.

임시정부의 중책을 맡고 있는 염석진이 돈을 받고 암살단의 행보를 알려줬기 때문. 염석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에게 암살단 3명을 제거해주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건넨다.

이를 눈치 챈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경무대원들에게 ‘염석진 대장이 일본군을 만나면(조국을 배신한 게 사실이라면)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경무대원들은 염석진이 일본군 관계자와 만나는 모습을 보고 그를 사살하려 하지만 결국 염석진의 손에 죽고 만다.

시간은 과거로 돌아가,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한 가족의 비극이 벌어진다. 친일파 강인국에게는 쌍둥이 딸이 있었다. 강인국은 아내가 두 딸을 데리고 만주로 떠나려하자, 부하들을 시켜 두 딸 만 데려오고 다 죽이라고 지시한다. 결국 쌍둥이는 헤어져 각각 엄마와 아빠 손에서 자란다. 강인국이 키운 딸은 미츠코(전지현 분), 강인국의 아내가 키운 딸은 안옥윤.

강인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파견한 안옥윤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곧장 안옥윤이 머무는 곳을 파악해 찾아간다. 그리고는 한 발의 총알로 딸을 죽인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딸마저 무참히 살해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아버지 강인국. 그런데 강인국은 죽은 딸이 자신이 키운 미츠코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안옥윤이 죽은 미츠코 대신 아버지 강인국의 손을 잡고 예식장에 들어서면서 “만주에서 온 언니는 왜 죽이셨어요?”라고 묻자 강인국은 당황한다. 나중에 자신이 죽인 딸이 미츠코였다는 사실을 안 강인국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비참하게 죽는다.

친일을 했던 염석진은 해방 후에도 승승장구한다. 반민특위 재판에도 섰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반민특위 측의 증인이 살해되자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하지만 결국 안옥윤과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했던 부하의 총을 맞고 처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안옥윤은 염석진을 만나 “16년 전 임무 ‘염석진이 밀정이면 죽여라’는 지시, 지금 수행합니다”라는 말을 던지고 총알을 발사한다. 염석진은 비참한 말로를 맞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시대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마곡사 스님 출신인 김구 선생과 등장하지는 않지만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만해·백용성 스님 등 불교계의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불교계에서 근대적 교육을 위해 1906년 설립한 명진학교(현 동국대학교)의 학생들도 1922년 3ㆍ1운동에 참가해 불교의 호국정신을 이었다. 이들의 희생정신은 여전히 불교인들의 가슴 속에 새겨져 있다.

일제강점기를 살다 간 인물 중에서 안중근의사, 윤봉길의사를 비롯해 오늘날에도 존경을 받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완용처럼 친일행각을 벌여 국민적 지탄을 받는 이들도 있다. 자신이 지은 바를 그대로 받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 인물 강인국과 염석진은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르지만 자신들은 그것을 악행이라 생각하지 않고 명분을 내세워 자기를 합리화 한다.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지탄의 대상이 된다.

불교 용어 중에 세간에도 잘 알려진 자업자득(自業自得),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이 있다. 자업자득은 ‘자신이 저지른 과보(果報)나 업(業)을 자신이 받는다’는 뜻이다. 인과응보는 ‘전생에 지은 선악(善惡)에 따라 과보를 받는다’는 의미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과보를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 과보를 받는다는 말이다.

강인국·염석진처럼 옳지 못한 행동을 하면 그에 맞는 과보를 받는다. 과보를 언제 받느냐가 문제지, 악업이든, 선업이든 지은 업은 반드시 받게 돼 있다. 이것은 변치않는 진리다. 이 영화가 ‘인과응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영화 '암살' 스틸 컷. 중국 상하이 거리 모습.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