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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불교적 평화주의의 길
  •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한국학과 교수
  • 승인 2015.09.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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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他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不二사상 무시해 갈등 유발
악업 돌아온단 가르침 새겨야

남북한 합의로 이번 무장대립이 수습돼 남북한이 관계개선의 길로 들어섰다는 보도를 보고 기뻤다. 더 이상의 살상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표면적으로는 우위를 점하는 쪽이 있다 해도 본질로 따져보면 그 어떤 전쟁에서도 승자는 없다. 누가 이긴다 한들, 결과적으로 살상은 싸우는 양쪽을 야만화시켜 차후 발전을 가로막을 뿐이다. 모든 전쟁이 다 그렇다. 더군다나 언젠가 통일해야 할 동족 사이의 상잔이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있으면 안 될 일이다.

인간의 마음을 중시하는 불교 특유의 평화주의는 내면의 평화주의이기도 하다. 불교도라면 살상의 뿌리가 외면적 상황 뿐만 아니라 각자의 내면에도 박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뿌리에 해당되는 무명과 아집을 제거하는 마음공부를 쉬지 않아야 한다. 그럼, 우리로 하여금 살상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내면 속의 망상들은 대체로 어떤 것들일까.

첫째 ‘나는 우월하고 그는 열등하다’는 망상이다. 우리는 흔히 북한을 ‘하찮은 후진국’으로, 남한을 ‘성공한 나라’로 표현한다. 이같은 사고에는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 북한이나 남한이 잘한 점도 있고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북한의 평균 기대수명(70세)이 북한보다 더 부유한 러시아(69세)나 필리핀(69세) 등에 비해 약간 높다. 이는 북한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남한의 각종 지표들이 북한을 앞지른다 해도 단기간 내의 치부 뒤에 숨겨져 있는 비인간적 초장시간 노동이나 착취, 인간적 소외 등을 생각하면 과연 ‘우열’을 매길 수 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는, 무조건 ‘우열’을 매기려는 차별주의적 마음 자체가 과연 우리에게 평화와 통일로의 길을 열어주겠는가?

둘째 ‘그는 그릇되고 나는 올바르다’는 망상이다. 우리는 북한의 ‘도발’을 소리높여 규탄하지만, 남한의 대북 정책들이 여태까지 과연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전혀 역지사지하여 생각하지 않는다. 예컨대 햇볕정책의 돌연한 취소가 비교적 약한 북한의 경제에 어떤 타격을 주었는가 등을 잘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과연 상호 신뢰와 평화가 가능하겠는가?

셋째, 본질적으로 ‘그’와 ‘나’를 떼어서 생각한다는 사유 방법 자체가 문제다. 우리는 남의 아픔을 그저 남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최악의 망상이다. 최근 유행한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과연 제2차 연평해전 때에 전사한 13명, 부상을 당한 25명의 북한군인, 그리고 그들 가족들의 아픔을 우리 아픔으로 받아들이는가? 대개는 ‘나’와 ‘그’를 철저히 구분해 사고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는데, ‘그’의 아픔에 대한 둔감과 무관심이야말로 언젠가 ‘나’의 아픔으로 이어진다는 진실을 그만큼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에 이쪽 피해도 저쪽 피해도 똑같이 아파하면서 ‘나’와 ‘그’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남북한 사이의 폭력이 오고가지 않기 위해, 앞으로 한 명의 군사적 폭력 피해자도 나오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다면 평화와 통일의 바람직한 미래로 보다 쉽게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교의 불이(不二)사상을 무시하는, 자타를 무조건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갈등과 폭력의 지속을 가져다준다.

‘모든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한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무서워한다. 자기 생명에 이 일을 견주어 남을 때리거나 죽이지 말라’〈법구경〉. 남을 비하ㆍ비난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그 악업이 결국 ‘나’에게 다 돌아온다는 가르침을 마음에 새길 때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한국학과 교수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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