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과거·현재·미래 공존

▲ 한국카메라박물관에는 카메라와 렌즈를 비롯한 카메라 관련 물품 1만5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과천 서울대공원역 4번 출구로 나가면 한국 카메라박물관 건물이 눈에 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된 이 건물은 외관으로도 카메라를 연상할 수 있게 렌즈 경통의 단면을 형상화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독특한 외관만큼 신기하게 생긴 카메라들이 가득하다. 전쟁 중에 적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군용카메라, 지포라이터 카메라, 손목시계 카메라, 방아쇠가 달린 권총 카메라, 나이가 100년은 훌쩍 넘은 목재카메라 등 영화에서나 볼법한 희귀한 카메라들을 직접 볼 수 있다.

한국 카메라박물관은 2004년 6월에 개관했다. 3000여 점이 넘는 카메라와 6000여 점의 각종 렌즈, 유리원판 필름, 초기 환등기, 사진 인화기, 그 밖의 각종 액세서리까지 1만5000여 점이 넘는 카메라 관련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설립은 사진작가였던 김종세 관장이 취미로 카메라를 하나둘씩 모은 게 계기가 됐다. 김 관장은 “30여 년 전 자연스럽게 모아진 카메라가 800여 대가 되자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본격적으로 박물관 설립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박물관 전시에 필요한 카메라를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경매에 수없이 참여해 어렵게 구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중에는 카메라의 원조로 불리는 ‘옵스큐라’, ‘루시다’를 비롯해 1839년 카메라와 은판 사진술이 발명된 후부터 현재까지 카메라 발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카메라들이 많다. 또 현재 생산 중인 브랜드부터 생산이 중단된 브랜드는 물론 희소성 높은 카메라, 기념품으로 한정 생산된 카메라까지 두루 갖췄다.

박물관 제1전시실은 카메라와 렌즈, 부속 기자재들을 주제별로 선정해 기획전시를 한다. 군사용으로 사용한 군용카메라 특별전 뿐만 아니라 현재는 카메라 브랜드 중 오랜 역사를 가진 ‘라이카 100주년 기념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관람객들에게 공개되는 전시물은 소장품의 10% 수준으로 미공개된 소장품들은 매년 2~3회 특별전을 개최해 순환 전시를 하고 있다.

박물관 2층에 자리한 제2전시실은 초창기 목재카메라를 비롯해 카메라가 처음 발명된 1839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단위로 카메라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관을 꾸몄다. 카메라 발달사에 기여한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들을 볼 수 있다. 각 진열장에 전시돼 있는 카메라마다 생산국가와 연도, 특징 등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다. 또 당시의 사진사 및 세계사적인 의미까지 덧붙여져 있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카메라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손기정 선수 사진과 함께 진열된 카메라다. 이 카메라는 독일에서 만들어졌는데 총대 위에 부착된 방아쇠를 당기면 셔터가 동작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김 관장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당시 히틀러 정부가 올림픽 촬영을 위한 4대의 카메라를 제작했는데 그때 제작된 카메라 중 하나”라며 “올림픽 때 움직이는 선수들의 모습을 순간 포착하기 위해 제작한 특별 주문품이었다. 제작된 4대 중 1대는 훼손됐고, 2대는 행방을 알 수 없다. 이 카메라를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단 한 곳 한국카메라박물관 뿐”이라고 소개했다.

지하에 위치한 제3전시실은 김 관장의 작품사진 전시 공간, 스튜디오, 암실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청춘카메라’ 교육과 같은 문화강좌, 카메라를 직접 만들어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만들어 보는 체험, 카메라의 원리·사용법·촬영방법들을 간단하게 배운 뒤 촬영한 필름을 암실에서 직접 현상·인화작업을 해보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박물관은 경기 과천시 막계동 330번지에 위치한다.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동절기는 10시부터 5시까지)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 요금은 성인은 5000원, 청소년은 4000원, 어린이는 3000원. 문의 02)502-4123.

▲ 손기정 선수의 우승 순간을 촬영한 콘탁스Ⅱ 라이플 카메라.
▲ 라이카 골드에디션은 따로 분류해 전시하고 있다.
▲ 박물관에 전시된 옵스큐라 카메라.
▲ 카메라의 변천사를 10년 단위로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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