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달리 울어대는 카톡 문자. 내용인즉, 잘 알고 지내던 지휘자 김 선생이 갑자기 해임되었다는 얘기였다. ‘이게 무슨 소리?’.

느닷없는 문자인지라 어안이 벙벙한 사이, 다시금 문자가 이어져 자세한 소식이 여러 줄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의 A사찰에서 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었던 김 선생. 그간 열심히 지도하신지가 5년 가까이 됐다는데, 엊그제 갑자기 예고도 없이 전화 한 통화로 그만두시라는 얘기를 듣고는 무척이나 낙담하고 있다는 지인의 소식이었다.

몇 달 전만해도 붓다콘서트에 합창단과 함께 출연해 멋진 무대도 만들어주고, 뒤풀이로 넉넉한 마음을 나누곤 했었는데, 뜬금 없는 소식에 나 역시 기분이 착잡해졌다.

‘이런….’ 위로의 전화라도 드려야지 하는 마음에 통화를 나눠보니 마음이 많이 상한 듯싶었다. 평생하리라는 마음은 없었다지만, 차라도 한 잔 마시고, 대화라도 나누고 선후 사정이라도 들었다면 몰라도, 주지스님도 아니고 절에 영향력 있는(?) 재가신도의 일방적인 통보에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한 것이 아니었다.

굳이 갑을관계라고 비약할 것은 없으나 사정이 좀 그런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그간 서로간의 입장이 있겠고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겠다지만, 5년여 가까이 사찰 합창단을 위해 애써 오신 지휘자선생님에 대한 예우나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삼삼오오 마음이 모여 김 선생을 위로하는 저녁자리가 있었다. 나름대로 불교음악을 하면서 인연을 맺어온 도반 같은 선후배들, 찌는 더위에 냉수 마시듯 벌컥벌컥 곡차를 아니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한숨과 아쉬운 사연들, 분노에 가까운 타령이 한 순배 돌고난 후에야, 모두들 불교음악의 현실에 기분이 짠해져 갔다.

저마다 돌아서간 모습의 귀갓길 걸음이 터벅터벅 노래를 한다. 

‘아름다운 이 세상에 너와 나 사랑으로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둘이 아닌 하나 되는 세상~’
〈찬불가 ‘너와 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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