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 비용을 절약하고, 하객들도 최소화하는 '작은 결혼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교회와 성당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결혼식을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 하지만 사찰에서 결혼식을 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사찰 결혼식의 필요성과 늘릴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결혼식 때 사찰 외면, 교회ㆍ성당 선호, ‘비용 저렴, 신심 두 배’ 계몽 나서야

결혼은 인륜지대사다. 그런데 요즘 늘어난 결혼 비용에 힘겨워하는 예비부부들이 많다. 2013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포함한 평균 혼례비용은 2682만원, 신혼집과 혼수장만 비용을 더할 경우 평균 1억 9677만원이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때문에 연애, 출산과 함께 결혼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세대(三抛世代)’라는 신종어도 등장했다. 결혼식 비용만 크게 줄어도 이들의 힘겨움이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

최근 이런 추세를 감안해 ‘작은 결혼식’(스몰웨딩) 바람이 불고 있다. 2013년 9월 가수 이상순ㆍ이효리 부부는 제주도 별장에서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해 조용한 결혼식을 치렀고, 얼마 전 배우 원빈ㆍ이나영 부부는 강원도 정선의 한 민박집에서 양가 친척들이 참석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이 같은 연예인들의 선례는 ‘결혼식=화려함’이란 일반의 고정된 관념을 조금씩 허물어뜨리고 있다.

작은 결혼식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결혼식장이다. 예비부부들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결혼식장으로 공공기관, 펜션, 전통한옥, 정원이 딸린 식당 등을 선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찰을 포함한 교회와 성당 등 종교시설도 저렴하게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장소로 손꼽을 수 있다. 

▲ 지난 5월 10일 서울 조계사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스리랑카 부부들.<사진제공=서울 조계사>

비용 절감 위한 작은 결혼식 유행

불교를 포함한 종교계(기독교ㆍ천주교ㆍ원불교)가 작은 결혼식 계몽에 앞장서고 있다. 종교계는 지난 4월 여성가족부와 ‘작은결혼ㆍ가족행복 더하기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는 예비부부의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작은 결혼식’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작은결혼정보센터(www.weddinginc.org)’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국 150여 공공시설 웨딩홀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사회 저명인사들이 재능기부로 주례를 서 주고, 혼례교육도 진행한다.

종교계와 여성가족부는 이번 협약을 통해 작은 결혼식 확산을 위한 △릴레이 서명 △4대 종교 TVㆍ라디오를 통한 홍보 △지역별 종교 시설 결혼식 장소 제공 △종교인 주례 재능기부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은 협약 후 현실에 맞춰 작은 결혼식을 알리기 위해 의견을 조율 중이다. 하지만 아직 속도를 내진 못하고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최종환 국장은 “각 종교별로 협약 내용을 이행하려고 했지만 예산과 인력, 기대효과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점검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4대 종교가 함께 움직이기 위해 시간도 걸리고, 정부 또한 종교단체와 함께 손잡고 일한 적이 드물어서 각 단체의 실무자들을 모아 워크숍을 여는 등 장기적 관점으로 일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종교계와 연계해 작은 결혼식 홍보에 나선 이유는 종교시설의 결혼식장 활용가치가 그만큼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교계의 현실은 이런 바람과 차이가 있다. 최근 불교계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 김 모(31) 씨는 결혼식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찰 결혼식을 계획했다. 그는 몇 군데 사찰에 문의를 해봤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기 힘들었다. 그는 “불자다보니 사찰에서 결혼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찾아봤지만, 결혼식을 할 수 있는 사찰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고 아쉬워했다. 

사찰결혼식 감소 이유

연예인들을 비롯해 교회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사찰 결혼식은 근래 자취를 감추고 있는 추세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서울 구룡사와 일산 여래사ㆍ도선사ㆍ능인선원ㆍ동국대 정각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사찰에서는 결혼상담소를 운영하는 등 사찰 결혼식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는 조계사ㆍ봉은사 등 일부 사찰에서만, 그것도 제한적으로 사찰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가 주 대상이기 때문이다.

조계사는 지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스리랑카 이주민 부부 7쌍의 합동결혼식을 진행했다. 8월 22일에는 원심회 회원이 관음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봉은사도 대웅전 또는 미륵전을 개방해 2013년 오색빛깔 다문화축제를 통해 다문화가정 3쌍의 합동결혼식을, 앞서 2010년에는 다문화 및 이주노동자 16쌍이 참여하는 우리나라 전통혼례와 불교혼례를 병행한 결혼식을 치렀다.

그렇다면 교회나 성당과 달리 사찰 결혼식은 왜 점점 감소하는 걸까? 서울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은 그 원인을 각 종교의 특성에서 찾는다. 법현 스님은 “불교혼례가 기독교혼례에 비해 침체될 수밖에 없는 요인은 전통혼례가 서구결혼식에 자리를 내준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개신교와 가톨릭은 신을 대신해 목사가 주례를 맡는데, 신의 대리인으로서 목사나 신부가 의식을 주관한다. 이런 형식은 서구 종교의 유입과 함께 기독교를 신앙하는 신도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교회나 성당 결혼식이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반면 불교혼례는 주례가 아닌 집례자만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에 불자들은 혼례가 신에게 인정받는 절차가 아니므로 장소로 굳이 사찰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개신교의 경우는 교회 결혼식이 권장사항이고, 가톨릭의 경우 성당 혼인성사가 의무다.

결혼식장의 환경적 측면도 주된 원인이다.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은 불교혼례가 기독교혼례에 비해 침체될 수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로 ‘의례 공간의 문제’를 꼽았다. 구 소장은 “교회는 입식 형태의 대형건물이어서 혼례를 치르기에 적합하지만, 사찰 법당은 좌식 건물인 데다 공간이 협소해 강당 형태의 별도 건물이 없을 경우, 혼례를 치르기가 어렵다”고 비교했다. 또 “공간문제는 종교성을 희석시키거나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교회는 예식장과 기본구조가 동일한 서양식 건물로 타종교인에게 거부감이 적은 반면, 사찰은 종교적 성격이 강하게 부각된 곳이어서 하객을 청하는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점도 이유”라고 진단했다.

조계사 행정국장 성진 스님은 여기에 덧붙여 종교적 특성에 대한 문제점도 언급했다. 스님은 “결혼식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피로연이다. 그런데 사찰에서는 육식과 술을 금하기 때문에 먼 길 온 손님 접대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사찰은 도심과 떨어져 있어 하객들의 접근성이 낮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법당에 냉난방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을 경우,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결혼식에 애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찰(종교시설) 결혼식의 장점

▲ 지난 6월 대전 여진선원에서 결혼식을 올린 김창용ㆍ천청청 부부.<사진제공=대전 한국전통문화국제교류원>

일반예식장과 비교해 종교시설 결혼식장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비용과 사용시간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예식장의 경우, 식대나 웨딩홀 사용료 외에 드레스대여료, 사진촬영 등 부대비용이 상당히 들어간다. 반면 종교시설에서 결혼식을 올릴 경우 혼주의 성의가 담긴 소정의 보시금으로 예식비용을 대신할 수 있다. 다만 전문 결혼식장이 아니다보니 화려함과 편의성은 일반예식장에 비해 뒤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부 사찰의 경우, 식장을 예비부부의 취향에 맞춰 디자인할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전 여진선원(주지 효신 스님) 결혼식 관련업무 담당자는 “법당 및 사찰에서 지켜야 할 예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혼주가 원하는 형태의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불교식ㆍ서양식 이벤트 등 특색 있는 예식이 가능하다”며 “법회 일정이 겹치지 않는다면 장소 사용에 있어 시간 구애를 받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대전 여진선원 신도로 지난 6월 이곳에서 아들의 결혼식을 올린 김창용 씨는 “평범한 서양식 혼례보다 이색적인 결혼식을 생각하다가 아들 부부와 사찰에서의 전통혼례를 결정하게 됐다”면서 “사찰 주변의 경치가 너무 아름답고, 부처님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다보니 참석자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혼례에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객들의 호응도 좋았는데, 다만 날씨가 조금 더웠다. 그늘이 없었던 게 흠이라면 흠”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조계사 원심회 회원으로 8월 22일 관음전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희주 씨도 “화려하고 돈이 오가는 물질중심의 요즘 결혼식과는 달리 형편에 맞게 서로 보시하며 진행돼 사람냄새가 났다”며 “피로연에 술과 고기는 없었지만 최근 주목 받는 자연식이자 건강식인 사찰 음식을 제공하니 하객들이 신기하면서도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찰이라 좌식이어서 치마를 입은 분들이 불편을 느꼈고, 사찰 결혼식에 대한 정보가 매우 적어서 준비하는데 조금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찰결혼식 효율적 포교방법

야외 결혼식, 작은 결혼식, 스토리가 있는 결혼식과 결합하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곳은 오히려 사찰이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사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결혼식이 있는 날은 엄숙한 분위기의 사찰에 장식과 인테리어를 허용하는 부분에 대해 사부대중이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대웅전 앞마당에 몽골텐트나 이색적인 천막을 설치한다면 사찰도 매력적인 결혼식 장소로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김응철 중앙승가대학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사찰에서 결혼식장을 새로 짓는 건 사실상 어렵다. 대신 지역 불교회관을 결혼식장으로 제공해주거나 결혼식장으로 활용 가능한 사찰을 지정해 지원을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사찰 결혼식의 확산은 작은 결혼식이란 점에서 지역사회에 공익적 역할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포교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찰에서 불교신자가 결혼식을 한다면 신심이 더욱 돈독해질 것이고, 일반인이 사찰에서 결혼식을 할 경우에도 친불교적 또는 잠재적 불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태어날 아기도 불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사찰결혼식을 통해 불교에 호감을 갖는 하객들도 생겨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범불교적인 사찰결혼식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

김응철 교수는 “사찰 결혼식에 알맞은 사찰은 천태종처럼 도심에 위치한 사찰”이라고 강조했다. 하객들의 접근성이 용의하기 때문이다. 또한 넓은 공간이 마련돼 있을 경우는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이다.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은 “사찰에서 결혼식을 유치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사찰 결혼식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사찰의 이미지를 바꿔나가려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계화된 천주교회 혼인제도 본받자
(박문수 한국가톨릭문화원 부원장)

2014년 한 해 한국 천주교인의 혼인 건수는 6,598건이었다. 이 건수가 실제 전체 혼인 건수의 몇 %에 해당하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교회를 아주 떠났거나, 교회에 머물러 있어도 신앙생활에 소극적인 신자는 교회에 혼인 사실을 알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혼인과 장례는 다른 통과의례들에 비해 교회에서 많이 하는 편이라 앞의 건수가 실제 혼인건수의 60% 정도는 되지 않을까 추정해본다.

혼인을 선택하는 신자들은 의무적으로 교회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하고, 가능하면 신자들끼리 할 것을 권고 받는다. 가톨릭 신자들끼리 혼인하는 경우를 성사혼(聖事婚), 신자가 세례 받지 않은 사람과 혼인하는 경우를 관면혼(寬免婚)이라 하는데, 어느 경우든 교회에서 치러야 한다. 앞의 혼인 건수는 이 두 경우를 포함한 수치이다.

그러나 한국은 다종교사회이고, 인구의 절반이 무종교인인 사회이다 보니 관면혼 건수가 절반 정도 된다. 혼인예식도 반드시 성당에서만 해야 하나, 역시 한국의 다종교상황 탓에 다수 신자들이 이와 별도로 일반 예식장에서도 결혼식을 올린다. 하객들을 배려해야 하는 까닭이다. 예식을 올리기 좋은 주말은 성당이 바쁜 때라 공간을 빌리기 쉽지 않고, 부대시설을 갖춘 데도 많지 않은 것도 한 가지 원인이다. 따라서 이중으로 치르지 않고 성당에서만 하는 결혼식은 전체 혼인건수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톨릭에서 혼인은 일곱 가지 ‘성사(聖事, 거룩한 일)’ 가운데 하나여서 혼인을 선택한 신자들은 반드시 혼인성사를 받아야 한다. 혼인성사는 12세기에 개념이 정립되었고, 16세기 중반에 정식 성사가 되었다. 이때부터 신자들에게 혼인성사는 의무가 되었다.

신자들이 성당에서 혼인식을 올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양가 모두가 신자라서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이다. 둘째, 미디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처럼 가톨릭의 혼인예식이 문명의 아이콘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혼인을 앞둔 이들에게 인기 있는 성당들이 대부분 서양의 고딕식 건물인 점이 이를 반증한다. 셋째, 비용이 적게 들고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다. 엄숙한 분위기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럼 불자들도 사찰에서 혼인예식을 올리는 것이 좋을 텐데, 이런 기회가 늘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해보려 한다.

첫째, 신도들이 사찰에서 하는 혼인예절에 매력을 느낄 만큼 잘 정비된 예식서가 준비되어야 힌다. 다만 현대인들의 감각에 낯설지 않아야 하리라 본다. 전통적이나 현대적인, 그러면서도 세련된 예식서를 만들면 좋겠다.

둘째, 산중 사찰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좋긴 한데 한국적 혼인의 특성상 혼인 당사자 보다 하객이 편리해야 한다. 예식 장소의 교통이 편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찰이 도심이나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는 경우도 접근성이 좋은 것 같지 않다. 이 때문에 도심에 결혼식이 가능한 전용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불자들이 사찰에서 얼마나 혼인예식을 올리는지 모르겠다. 이 나이가 되도록 사찰에서 하는 결혼식에 참석해본 적이 없으니 아마 그런 경우가 적거나 아예 없어서일 터이다. 그러면 다른 일보다 우선 신도들에게 사찰혼인을 권장해야 할 터이다. 그리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사찰 공간도 운용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찰과 혼인예식이 잘 연결되지 않는다. 이처럼 이미지가 한 번에 떠오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일반인들에게 노출 빈도가 낮기 때문일 터. 이런 일이 자주 눈에 띄어야 이미지가 형성되는 법이니, 불교에도 멋진 혼인예식이 있고, 사찰에서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인상이 형성될 때까지 부지런히 사찰혼인을 시도해야 하겠다. 그런데 과연 불자들이, 각 종단이 이런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다.

포교는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신도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교는 그리스도교에 비하여 이런 측면이 약하다. 혼인예식만이 문제가 아니다.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사찰결혼식도 이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하겠다.

서구식 혼례 도입 후 불교혼례 밀려나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

지금까지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첫 불교혼례는 1917년 사학자 이능화(李能和)가 불교식 혼례를 만들어 발표하고 난 이듬해 2월에 치러졌다. 이날 수송동 각황사(覺皇寺)에는 불교혼례를 구경하러 몰려든 관객이 천 명에 달했다고 한다. 처음 치르는 불교혼례라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매일신보’는 사모관대를 갖춘 신랑과 족두리에 장삼을 입은 신부의 모습을 싣고, 불교식 혼례가 조선의 풍속과 인정에 적합함을 강조했다.

당시 전통혼례는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해 계몽운동가 사이에서 타파해야 할 구습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개항 후 물밀듯 들어오기 시작한 기독교문물과 함께 예배당결혼식이 그 자리를 메워가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불자들이 치를 수 있는 혼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1917년에 이르러 마침내 불식화혼법(佛式花婚法)이 발표된 것이다.

이능화가 구성한 불교혼례는 석가모니 전생을 묘사한 본생담 중 선혜선인(善慧仙人)이 구리선녀(俱夷仙女)와 내생의 부부인연을 기약하고 부처님께 연꽃을 바친 설화와 〈화엄경〉에서 위덕태자(威德太子)ㆍ묘덕동녀(妙德童女)가 혼인해 부처님께 예배드린 설화에서 내용을 발췌하고, 〈오주여속통고(五洲女俗通考)〉에 인용된 태국의 불교혼례를 참조한 것이다.

불교혼례는 1920~1930년대에 널리 보급되어 당시 월간지 〈불교〉는 1928년부터 전국 각지에서 치른 불전(佛前) 화혼식을 지속적으로 소개했다. 물론 기독교혼례가 급속히 확산된 데 비하면 불교혼례의 성장은 그리 괄목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기독교혼례가 서구에서 이미 체계적으로 정립된 예식이라면, 불교혼례는 새로 만든 데다 이를 적극적으로 전파할 주체가 없어 단시일에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성장했다.

1930년대부터는 경성 곳곳에 전문예식장이 생기고 예복을 빌러주는 가게도 등장했다. 따라서 전통혼례와 기독교혼례가 부담스러운 청춘남녀들에게 공공장소의 결혼식은 새로운 대안이 되었다. 주례를 모시고 면사포에 서양식 예복을 입고 치르는 결혼식을 ‘사회식 결혼’이라 부르면서 예식장결혼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렇듯 예식장이 등장하고 서구식혼례가 확산되면서 불교혼례는 점차 주목을 끌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산업화ㆍ서구화가 급격히 진행되던 1960년대 이후 혼례풍속도 크게 바뀌어 도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서구식혼례가 대세를 이루었고, 순백의 드레스와 턱시도는 결혼을 꿈꾸는 청춘남녀에게 동경의 대상이 됐다. 불교혼례를 치르는 경우에도 부처님께 꽃을 바치는 절차 등을 생략하는 사례가 많았고, 혼례복도 일반한복을 거쳐 양복과 드레스를 입고 법당에 입장하는 진풍경도 연출하게 됐다.

그런 가운데 전국의 사찰에서는 드물게나마 신도들의 수요에 따라 불교혼례를 꾸준히 치러왔다. 특히 1990년대에는 예식장에서 기계처럼 부부를 찍어내는 결혼문화에 염증을 느낀 현대인들이 전통혼례를 찾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사찰 경내를 혼례장소로 개방하는 추세가 확산됐다. 이에 사찰에서는 전통혼례복과 소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원하면 승려가 주례법사를 맡아주는 풍속도 생겨났다.

이처럼 불교혼례는 예나 지금이나 활성화되어 있지 못한데 그 주요요인의 하나로 의례공간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교회는 특정종교의 성전(聖殿)이지만 입식의 대형건물로 공적 의례를 치르기에 적합한 반면, 법당은 좌식건물인 데다 좁고 상대적으로 종교적 성격이 부각되어 손님을 청하는 데 부담이 크다. 따라서 법당에서 벗어나 전통혼례처럼 사찰마당 등의 열린 공간에서 불교혼례를 치르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신랑신부가 부처님께 꽃을 바치고, 삼귀의ㆍ반야심경ㆍ사홍서원을 염송하는 가운데 치르는 불교혼례는 중요한 불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혼례에서 만난 부부는 단순한 남녀의 결합이 아니라 전생의 깊은 인연으로 맺어지게 된 것임을 마음에 새기기 위함이요,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부처를 지향하는 중생의 뜻과 불법을 실천하는 삶을 다짐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불교혼례는 선혜선인과 구리선녀처럼 전생의 인연을 현세에서 꽃피우며 지극한 불심으로 부처를 이룰 것을 이끄는 의례라 하겠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