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먹은 죄 명〈命〉·복〈福〉 줄어…되살아나 독경〈讀經〉 참회

 

송나라 수주 사람인 강 학사가 스무 살 때 아무 병 없이 갑자기 죽었습니다. 그러니 집안은 온통 엉망이 되었습니다. 남달리 학문에 출중하여 어린 나이에도 학사까지 되었고, 그 품행이 방정하여 어려운 이들에게 베풀기를 밥 먹듯이 하였으니 도무지 그 까닭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강 학사는 아무런 병도 없이 그냥 숨이 넘어간 것입니다. 그러한 까닭으로 강 학사의 집은 밤낮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 즈음 강 학사는 명부의 업경대에 불려가 염라대왕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 학사는 자신이 이렇게 빨리 명부에 온 이유를 몰라 고개를 빳빳이 들고 염라대왕을 쳐다보았습니다.

“제가 하늘의 뜻을 어기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렇게 이른 나이에 이곳에 온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대왕께서는 그 연유를 제게 알려주십시오.”

염라대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너는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하여 금생에는 여든 두 살의 명을 타고났는데 진사가 되어 소를 잡아먹은 죄로 네 명과 복을 줄인다. 너는 해주에서 뇌성 폭우에 벼락 맞아 죽은 사람들을 보지 아니하였느냐?”

강 학사는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급한 공무로 해주지방을 지나가던 중에 벼락에 맞아 죽은 사람들을 여럿 보았던 것이지요. 그 처참한 모습은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했습니다.

“그들의 최후 모습이 어떠하더냐?”

“눈 뜨고는 보지 못할 형상이었습니다.”

“그걸 보고 무엇을 느꼈느냐?”

“......!”

강 학사는 아무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운이 없어서 죽은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 세상에 원인이 없는 결과가 있겠느냐?”

강 학사는 망설였습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천천히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그냥 재수가 없어서 죽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 사람들의 죄는 모두 여섯 가지 가축인 소, 말, 돼지, 양, 개, 닭을 죽인 죄이니라. 그들은 다 소를 잡아먹은 죄이니라. 너 또한 거기에 해당한다.”

강 학사는 무슨 말인가를 해야 했습니다.

“저는 그저 다른 사람들이 잡은 소나 돼지를 먹었을 뿐입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의 얼굴이 변했습니다.

“그렇다면 네 죄가 없다는 얘기냐?”

“사람으로 태어나서 소나 돼지의 살점을 먹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강 학사는 비교적 여유 있게 말했습니다.

염라대왕은 한참을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으로서 극락을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죄를 다 씻고 극락에 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강 학사는 은근히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저는 극락에 가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옥에는 갈 수 없습니다. 살아생전 좋은 일은 많이 했다고 할 수 없으나 그다지 나쁜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저지른 죄를 다시 볼까나?”

강 학사는 염라대왕에게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죄가 없습니다!”

이 때 옆에 있던 염라대왕의 부관이 나섰습니다.

“너는 개과천선하면 곧 인간에 돌아가게 할 것인데 지옥에 들어가면 나올 기약이 없게 된다.”

염라대왕이 재차 물었습니다.

“그래도 너의 죄를 인정하지 않겠느냐?”

강 학사는 너무 억울했습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소나 돼지를 먹고 살기에 자신만 죄를 받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처님도 출가하기 전에는 다른 생물들의 살과 뼈를 섭취하셨습니다.”

염라대왕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습니다.

“이 놈, 제 잘못을 덮기 위해 이제는 삼라의 지존이신 부처님까지 끌어들이는 것이냐?”

“그게 아니오라 사실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 때문에 부처님께서도 억겁의 세월을 수행 참회하지 않았느냐?”

그러나 젊은 강 학사는 염라대왕에게 조금도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제 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과 저는 엄연히 다릅니다. 저는 세속에 살았고, 부처님은....”

강 학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라대왕이 준엄히 명했습니다.

“거울을 가져오너라!”

당장 부관이 커다란 거울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강 학사의 옛일이 거울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거울에는 강 학사와 친구들이 소를 잡고 낄낄거리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술을 마신 붉은 얼굴로 춤을 추며 노는 강 학사의 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습니다.

“역시 고기는 소고기지. 이번에는 작은 소를 잡았지만 다음에는 큰 소를 잡아 내가 큰 잔치를 벌려줌세.”

강 학사가 술까지 권하며 친구들에게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사실 강 학사는 생각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너무 오래된 일이니까요. 강 학사는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보아도 추한 모습이었습니다. 강 학사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자아, 이래도 네 잘못이 없느냐?”

그래도 강 학사는 다시 말했습니다.

“그럼, 인간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다 지옥에 가는지요?”

염라대왕이 빙긋 웃었습니다.

“그러니까 너만 고기를 먹는 것은 아니라는 게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거울을 보여주마.”

염라대왕은 다시 거울을 향해 손짓을 했습니다. 그러자 개나 소가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강 학사는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너무 놀란 것입니다.

“모든 생명은 유전하는 것이다. 사람만 생명이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네가 만약 소나 돼지로 태어났다면 너의 소행을 바른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대왕님!”

“이래도 나를 원망하겠느냐?”

강 학사는 그 자리에 엎드렸습니다.

“대왕님, 저의 잘못을 용서해주십시오!”

그러자 부관이 염라대왕 대신 말했습니다.

“명부에는 글 잘하는 사람을 공경하므로 〈법화경〉이나 〈금강경〉을 독송하면 감응하여 죄를 용서해줄 것이다. 네가 발심하여 일심으로 경전을 독송하겠다면 죄를 용서해 줄 것이로되 그렇지 않으면 지옥으로 가야한다.”

이에 강 학사가 진심으로 말했습니다.

“대왕님께서 저를 인간세상으로 다시 돌려보내 주신다면 진심으로 저의 허물을 참회하고 일심으로 경전을 베껴 쓰겠습니다.”

염라대왕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제 내가 너를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아직 네 나이가 어리고, 또한 네가 너의 죄를 뉘우친다고 하니 그 뜻을 믿어보기 위함이니라. 부디 인간 세상으로 가거든 내 뜻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도록 하여라.”

“삼라의 실상을 본 제가 어찌 다시 참혹한 죄를 저지르겠습니까?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면 모든 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저 또한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법화경〉을 쓰고 외우며 참회토록 하겠습니다.”

약속대로 다시 살아난 강 학사는 명부에서의 일을 명심하여 불법에 힘쓰고 자신이 직접 〈법화경〉을 베껴 쓰고 남에게도 베껴 쓰게 하였습니다. 또한 부모에게 효도하고 가족끼리 화목하여 집안이 편안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죽는 날까지 단 한 번도 생물의 고기는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렇지만 강 학사 같은 마음가짐으로 사는 불자들이 많다면 좀 더 맑고 밝은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요? 사실 탐욕이란 식성에서 비롯되는 결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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