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ㆍ퓨전요리에 테이블 세팅도 거뜬

▲ 인천 황룡사 전통사찰요리반 회원들이 ‘약선가지냉채’를 만들고 있다.

최근 각종 예능과 방송에서 요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쿡방(cook+방송의 합성어)시대’라고 일컫는다. TV에 소개되는 음식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보다 훨씬 전부터 사찰요리는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중 부산 삼광사ㆍ울산 정광사ㆍ언양 양덕사 등 요리반이 있는 천태사찰은 많다. 이들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 못지않은 인천 황룡사 전통사찰요리반을 8월 10일 찾았다.

황룡사 전통사찰요리반은 ‘수행하는 데 음식도 매우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는 현 주지 세운 스님의 원력으로 2013년에 만들어졌다. 초창기 28명으로 문을 연 요리반은 초ㆍ중ㆍ고급반과 연구반으로 나눠져 있다. 각 반에서 6개월간 요리 수업을 수료하면 다음 반으로 올라간다. 현재는 초ㆍ고급반을 제외한 중급반 8명, 연구반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황룡사 전통사찰요리반의 특징은 바로 이 연구반. 연구반은 초ㆍ중ㆍ고급반을 수료한 회원들로 이뤄졌다. 이들은 약이 되는 음식이란 뜻의 약선(藥膳)요리, 궁중요리, 다식 등 한식ㆍ서양 음식을 사찰음식과 응용한 퓨전요리, 테이블 세팅 등을 포괄적으로 배운다. 이렇게 회원들이 2년 동안 배우는 음식이 무려 200여 가지.

이날 회원들이 실습할 요리는 가지로 만든 ‘약선가지냉채’. 본초 약선연구소장 김은정 지도강사가 오늘 만들 요리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와 요리 방식, 사찰 요리와 접목 방법, 남은 재료를 이용한 응용 방법까지 이론 강의를 했다. 회원들은 눈과 귀로는 김 강사의 강의에 집중을 했지만, 손으로는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필기를 했다. 이윽고 회원들이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요리가 시작되자 썰렁했던 공양간이 순식간에 입맛을 다시게 하는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찼다. 요리 내내 회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요리에 집중하고 있는 한 회원에게 사찰요리의 장점을 물었다. 그는 “여기서 배운 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건강에 도움을 주는 보약 같다”면서 “조미료가 안 들어가는 사찰 음식 덕분에 가족은 물론 나 또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그날그날 만든 요리는 절에 온 사람들과 나눠먹는다. 그리고 남은 음식은 각자 집에 가져가 가족들과 함께 먹는다고 한다. 가족들의 반응은 100점 만점에 100점. 또 요리반에서 배운 음식을 손님들에게 만들어 주면 화려한 색과 담백한 맛에 ‘대접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매우 좋아한단다. 하지만 회원들은 요리반에서 배운 요리 실력을 가족에게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사찰의 큰 행사나 법회가 있을 때 자진해서 음식을 만들어 접대를 한다. 눈에 띄지 않는 공양간 한 곳에서 묵묵히 본인들의 맡은 바 일을 한다.

황룡사 전통사찰요리반 최용순 회장은 “현재는 황룡사 행사 때만 음식 봉사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천태사찰 행사 때 음식 봉사를 하러 갈 계획”이라며 “중국이나 대만 등 성지순례를 가서 그 나라의 음식을 연구하고, 응용 방법을 연구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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