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불가 음성공양 신심 ‘쑥쑥~’ 스트레스 ‘훨훨’

▲ 음성공양은 대중들의 마음에 환희심이 솟아오르게 한다. 사진은 2011년 9월 3일 열린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00주년 기념 음악회.〈금강신문 자료사진〉

‘가릉빈가’라는 새를 아십니까? 범어 칼라빈카(Kalavinka)를 한역하면 ‘가릉빈가’가 됩니다. 가릉빈가는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로 ‘자태가 매우 아름답고 소리 또한 아름답고 묘하다’고 해서 묘음조(妙音鳥)ㆍ호음조(好音鳥)ㆍ미음조(美音鳥)라고도 불립니다. 이 가릉빈가의 목소리는 세상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이런 까닭에 ‘가릉빈가’를 합창단 이름으로 삼은 불교합창단이 많습니다.

가릉빈가처럼 음성공양을 통해 불자들에게 행복을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 음성공양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아 자신의 마음을 닦고 있는 세 분의 불자님을 소개합니다.

제주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주 문강사 합창단의 김선희 부단장, 이용우 선불남성합창단 전 단장, 김숙희 서울 조계사 합창단 단원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찬불가 합창을 하며 일상생활과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고 합니다. 나아가 찬불가 가사 속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저절로 수행이 된다고 합니다. ‘자신의 내적 성장’이라는 보너스도 따라온다고 하네요. 합창을 통해 힘을 얻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음성공양 예찬론을 들어보시죠. 

김선희(48) 제주 문강사 합창단

▲ 김선희 불자

15년 전쯤 불교합창단 활동을 시작했어요. 결혼 전에는 다른 종교를 신앙했는데, 결혼 후 시댁에서 천태종 사찰에 다녀 불자가 됐지요. 그 영향으로 사찰 행사가 있는 날 아침, 사찰에 들러 참배하고 일터로 가곤했죠. 남편과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어느 날, 합창단 활동을 하는 한 언니가 “합창단에서 활동해 보는 건 어때? 한 번 생각해 봐”라고 권유하시더군요. 당시 제가 사찰에 참배만 하고 내려온 이유는 사람들이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법회 때 합창단원들이 찬불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괜찮아 보였지만, ‘내가 들어갈 곳은 아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언니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합창단에 들어가서 사람들하고 어울리면 절에 다니기 편할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죠. 당시 합창단에 들어갈 때 선배들과 10살 정도 차이가 났어요. 막내였죠. 어느 단체든지 막내가 일을 많이 하기 마련인데, 선배들은 저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자신들이 다 했어요. 낯설어하는 저를 배려해주신 거죠.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미안할 것 같아 청소를 같이하는 등 적극적으로 일을 했더니 저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말을 걸어주기도 하고, 칭찬도 해주었어요. 그들에게 닫혀 있던 제 마음의 문도 자연스레 열렸구요. 그렇게 선배들과 친해졌죠. 그 뒤로 선배들이 저를 믿었는지, 재무를 맡기더군요. 6~7년 간 합창단 재무를 맡아 열심히 일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2011년 창단 연주회였습니다. 합창단 창단은 그 이전이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창단 연주회를 하지 못했었거든요. 제가 재무를 맡고 있을 때여서 발벗고 뛰었지요.

제주문예회관에서 창단 연주회를 했는데,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00주년 음악회 때 공연했던 교성곡을 포함해 창단연주회를 했었죠. 연주회가 끝난 뒤에 “불자들이 눈물이 나고 가슴이 찡하게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는데, 정말 보람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뿌듯합니다.

합창단 연습은 매주 화요일 저녁에 합니다. 사찰 간부를 맡기 전에는 합창단 연습에 빠지지 않는 걸 철칙으로 삼았어요. 요즘은 간부 일 보느라 간혹 빠지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절에는 꼭 갑니다.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성격이 적극적인 성향으로 바뀌었어요. 저를 모르는 누군가가 저를 처음 보면 ‘나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선배들이 저에게 해 준 격려의 말들 때문에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일을 하니까요. ‘우리’라는 단어가 좋아서 합창단 활동을 더 열심히 했죠.

합창단 선배들처럼 신심이 지극하진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제 마음에서 우러나 일을 하기에 부끄럽진 않습니다. 나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기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 때문에 합창단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용우(57) 선불남성합창단

▲ 이용우 불자

어린 시절, 논산 할머니 댁에 갔을 때 배앓이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독실한 불자였던 할머니께서 ‘수리수리 마하수리~’라는 주문을 외시면서 배를 쓰다듬어 주셨죠. 그 때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천수경〉의 구절이었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던 중에 두루마리에 쌓인 것을 펴 보았는데, 몽당연필로 쓴 〈천수경〉 사경이었어요. 순간 가슴 뭉클해졌죠. 그 덕분에 불교에 입문하게 된 것 같습니다.

결혼 후 아내가 능인선원 불교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제게도 권유해 함께 다녔습니다. 그 때가 2003년이었는데, 마침 합창단에서 남자회원을 모집하고 있었죠. 아내가 제게 딱 맞는다고 판단했는지, 제 손을 잡고 가서 입단시켰죠. 그때부터 합창단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따라 교회와 성당을 다니면서 합창단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처음에는 여성불자들 틈바구니에서 쑥스럽기도 했지만, 차츰 나아지더군요. 매년 부처님오신날 연등법회 연합합창단으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선불남성합창단이 있다는 걸 알고 2009년 입단하게 됐죠. 선불남성합창단은 조계사 어린이합창단 아버지들이 찬불가 교실을 열어 달라고 한 게 계기가 돼 발족하게 됐습니다.

2009년 10월에 정식 발족했는데, 창단 정기공연 후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높고 가녀린 여성불자들의 목소리만 듣다가 남성의 굵은 목소리를 듣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후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년 공연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모여 1년 동안 연습해서 한 번 공연합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고, 각 사찰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열린 합창단이죠.

‘찬불가는 작은 법문’이라는 말을 하잖아요. 일주일에 한 번 모여 화음을 이뤄 찬불가를 부르면 일주일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립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유대가 강화돼 허물없이 형ㆍ동생 관계로 지내고 있답니다.

음성공양을 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죠. 무대에 올라 찬불가를 불렀을 때, 이를 들은 신도들이 기뻐할 때죠. 특히 찬불가를 통해 그 속에 담긴 부처님 말씀의 의미를 되새길 때면 참 행복합니다. 합창은 수행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합창을 통해 제 마음을 닦는 셈이죠. 힘들어도 매년 정기공연을 이어나가는 이유입니다.

합창단에 들어가고 싶지만 망설이는 남성불자님들이 많으실거라 생각합니다. 찬불가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처음 인연맺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시작하면 주위에서 밀고 끌어주니 걱정 말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경우 합창단에 들어가기 전에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다 해소하지 못했어요. 음성공양을 한 뒤로는 쌓였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직장생활도 밝아졌어요. 합창단 활동이 제 삶을 바꿔 놓은거죠.

남성불자들 스스로 발심해서 합창단에 들어오시는 게 가장 좋지만, 그런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스님들께서 관심을 갖고 남성불자들에게 독려의 말씀을 해주신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은 남성불자님들, 불교합창단으로 오십시오. 

김숙희(59) 서울 조계사 합창단

▲ 김숙희 불자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때 어린이 합창단을 했었어요. 이후 중ㆍ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매년 합창대회를 열었는데 꾸준히 참석했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어머니 합창단을 하면서 ‘합창은 좋은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남편 직장을 따라 수도권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1997년 일산의 한 포교당에 다니며 합창단 창립에 참여하게 됐죠. 반주자와 지휘자 모두 자원봉사였습니다. 불교합창단 활동을 시작한 계기였어요. 1시간 노래하고 2시간 사담을 나누는게 즐거웠어요. 동국대 일산병원 기공식 때도 음성공양을 했었습니다.

이후 종로 대각사 합창단 단원으로 4년 간 활동하다가 조계사 합창단으로 옮겼습니다. 조계사 합창단은 일주일에 두 번 연습을 했었는데,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법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스님들의 법문을 자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당시에는 일산에서 다녔었는데, 5년 전부터는 제주도에서 서울을 오가며 불교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어요.

자식 키우는 것도 힘들고, 3년 전까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심적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힘을 얻었어요. 지금은 힘든 일이 거의 없어요. 정말 신통하죠. 그리고 내적으로 많이 성장했어요. 학교 다닐 때 만난 사람, 직장생활 15년 동안 만난 사람들보다 합창단에서 만난 불자님들이 저의 정신적 성장을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예전에는 1시간 동안 고민하고 화를 내곤 했는데, 지금은 고민하는 시간도 짧아졌고 화를 내는 일도 줄어들었죠. 음성공양은 제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집에만 있으면 경험할 수 없는 일이죠.

불교교리 공부가 문수행(지혜)이라고 한다면, 합창단 활동은 보현행(실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하나만 갖춘 사람이 아닌 지혜와 실천행을 두루 갖춘 불자가 되고 싶습니다. ‘신심’이라는 바탕이 없으면 찬불가에 부처님의 마음을 담기 어렵습니다. 사찰에서 매달 한 번은 신도들에게 찬불가 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계기가 돼 합창단원으로 활동할 수도 있거든요.

예전에 양재동 구룡사에서 백고좌법회를 할 때 구룡사 합창단원들이 100일 동안 음성공양 하며 법문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부러웠습니다. 저는 아직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는데, 그런 기회가 온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음성공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자신의 행복을 찾고, 이웃에게도 행복을 주는 음성공양. 김선희ㆍ김숙희 불자님들처럼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분야를 찾아 삶의 활력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용우 불자님처럼 마음속 깊숙이 스며있는 스트레스도 모조리 날려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이용우 불자님이 가슴에 담아 둔 찬불가 ‘내 마음의 부처’(송연경 작사ㆍ이진구 작곡)의 가사 몇 구절을 소개합니다. ‘우리 여기 모였네요. 부처님의 환한 모습 앞에……텅 빈 마음, 텅 빈 순수함. 가슴을 활짝 열고 봐요, 그대여. 여기 내 마음의 부처님을 봐요.’

음성공양을 하며 불자님의 마음을 열어 보세요. 그 안에 여러분 자신이 꼭꼭 숨겨놨던 부처가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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