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하는 일에 몸의 피로 문제 안 돼요!”

 

어르신들의 식사지원을 위해 더운 날 땀 흘리며 봉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열심히 하는 봉사자’로 불리는 김영택(72) 자원봉사자다.

김영택 씨가 활동하는 사단법인 천수천안 무료급식소는 매일 점심때가 되면 하루 평균 70여 명의 어르신들이 찾아온다.

그를 만나기 위해 무료급식소를 찾은 7월 21일. 배식 시간이 다가오자 급식을 받으려는 어르신들이 길게 줄을 섰다. 흰색 앞치마를 두른 봉사자들도 일사분란하게 공양 준비를 마치고 어르신들이 기다리는 자리로 음식을 옮겨 나르며 먹음직스럽게 한 상 차려냈다. 오늘의 메뉴는 새콤시원한 오이냉국과 고추장제육볶음, 아삭한 오이무침과 콩나물무침, 열무김치다.

매일 봉사에 나서는 김영택 자원봉사자는 배식이 시작되자 주걱을 들어 밥을 듬뿍 뜨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다른 자원봉사자 두 명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저러면 나중에 밥이 모자란다”며 농담반 진담반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런 염려에도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이곳에서 먹는 점심이 하루 중 유일한 끼니가 되는 어르신도 있습니다. 부모님 생각이 나서 가슴이 찡할 때도 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려고 노력합니다. 한 끼 식사라도 즐겁고 행복한 기운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무료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은 하루 세 끼를 모두 먹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유난히 식사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음식량 때문에 다툼이 있는 급식소도 있다는데 우리는 ‘무한리필’입니다.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먹는 음식은 원하면 언제나 충분하게 배식하려고 노력합니다.”

배식을 마친 뒤 그는 앞치마를 벗으며 식사 중인 어르신들 곁으로 다가갔다. “맛있게드세요”, “잘 지내셨죠?”, “몸은 좀 어떠세요?”라며 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과 살갑게 안부 인사를 나눈다.

김영택 씨는 3년 전 목숨을 잃을 뻔한 큰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자원봉사를 마음먹었다.

사고로 몇 달간 병원에 입원해서 지내보니 건강한 몸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됐다. 그 때부터 노년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시작한 봉사활동이 지금의 일상이 돼 버렸다. 절에 법회를 보러 가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기회가 닿는 대로 자원봉사를 자청했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빠지지 않고 무료급식소에서 배식봉사를 했다.

이 외에도 독거노인, 장애인시설, 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정 등을 방문해 자원봉사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젠 여기 안 나오면 허전해요. 내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시작했는데, 오히려 감사하죠. 덕분에 사고로 나빠졌던 건강도 되찾고, 마음도 긍정적으로 변해 내면의 평온함을 찾게 됐습니다. 이게 다 부처님의 가피입니다.”

이날 김영택 씨는 배식과 설거지, 청소까지 끝마친 뒤 오후 2시가 돼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전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의미 있게 보내고 자기만족을 통해 행복까지 느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요?”

마음으로 하는 일에 몸의 피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김영택 씨. 사그라지지 않는 그의 고운 마음씨가 민들레 씨앗처럼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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