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인 방임으로 무관심하세요

스님 저는 〈법화경〉 사경도 하고, 독송도 하는데 마음이 사악한 것이 아주 속상합니다. 어찌하면 좋은가요?

아이고, 마음이 사악하시다고 느끼시는 겁니까? 사실 진짜 악한 사람은 자신이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 불자님들께서는 사악한 분이 아닌 거죠.

그럼 왜 사악하다고 생각을 하실까요?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서 일수도 있죠.

우리 마음에 아무것도 없는 거 같아도, 거기에 온 우주가 다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마음대로 되느냐 하면 그건 아니죠.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온갖 생각이 다 납니다. 그 생각들은 결국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이에요.

우리의 생각이라는 것이나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은 표면적인 마음일 뿐,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깊고 순수한 마음자리는 아닌 거죠. 우리 불자님께서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셔야 해요. 사악한 거 같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사악한 마음은 벗어던지셔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흐트러지는 마음이 아니라 오롯이 모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한데, 그 모으는 작업을 하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내 마음 속에 부처의 성품이 들어있습니다. 우리 불자님은 아주 고귀한 존재에요. 잊지 마시고, 사악한 생각이 든다 싶을 때 스스로를 믿으세요. 나는 부처님이 될 불성을 품은 귀한 사람이다 하고요. 된다고 생각하고 기도를 하면 이루어집니다. 안 된다고 생각하고 기도를 하면 아무 것도 안 되겠죠.

독경을 하고 사경을 하실 때 ‘나는 사악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 사악해지는 겁니다. 독경을 하고 사경을 하시면서 나는 불성을 품은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다 세뇌를 하세요. 그리고 그렇게 귀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사십시오. 사악한 마음은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대학생 아들이 계절 학기를 듣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가야하는 시간까지도 잡니다. 항상 생각은 있는데 실천을 못해 이런 것을 보면 속이 터지다가도 안타깝습니다. 제가 아이를 나무라면 아주 미안해하면서도 제 마음에 들게는 행동을 안 합니다. 어떻게 제가 아이에게 행동을 해줘야 할까요?

아드님이 대학생이라고 하셨죠? 대학생인데도 혼자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걸 보면 속이 많이 상하실 듯 합니다.

그런데요. 우리 불자님께서 아드님에게 해주실 일은 지금은 의도적인 방임이에요. 무관심하셔야 합니다. 아침 일찍 수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계절 학기 수업을 듣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거잖아요. 그런데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한 것을 못한다고 불자님이 자꾸 간섭하고 도와주시면 지금은 수업을 들으러 가겠죠. 그 다음에는요?

헬리콥터맘이 되실 작정이십니까? 언제까지 아들 뒤치다꺼리 하실 건가요? 대학 다닐 때는 학교 공부하는 걸 일일이 챙기시고 졸업하고 나면 취업할 때는 원서 넣기 위해 줄서준다는 그런 엄마가 되실 겁니까? 아니죠?

당장 눈앞의 피해가 안타까워서 챙기고 도와주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의도적인 방임이 하루가 될지 이틀이 될지 일 년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인내를 가지세요. 아드님의 삶이 당장 망가져간다는 걱정에 잠 못 이루는 고통스러운 날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불자님께서 지금이라도 아드님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꾸려나가도록 기회를 주지 않으신다면 아드님은 늘 자신을 챙겨주던 부모님의 그늘에서 살던 습관과 버릇으로 평생 자신의 삶을 주관적으로 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가슴이 아프더라도 일시적인 방임을 실천해주세요.

아드님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영위해가도록 지켜보고 믿어주고 지지해주세요. 스스로 알아서 할 날이 곧 올 겁니다.

저는 63세인데 어릴 적부터 남과 잘 싸우고 화를 참지 못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작은 모임부터 커다란 모임까지 수백 가지 모임에 참여해 봤지만 모두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화를 내고 깨버립니다. 나의 이성으로 이겨내지 못하는 불가항력의 인연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산속에 혼자 들어가 살아야하는지 궁금합니다.

〈잡아함경〉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남을 해칠 마음을 갖지 말고 원한을 품지 말고 성내는 마음을 두지 마라. 비록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더라도 그것 때문에 함부로 말하지는 마라. 남의 흠을 애써 찾지도 말고 약점이나 단점을 들추지도 말고 항상 자기 자신을 잘 단속하여 정의로써 자신을 살펴 나가라.’

화를 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백 가지 모임에 참여했지만 늘 같은 결과였다면 명백하게 불자님의 잘못이 있는 겁니다. 스스로 화를 잘 낸다는 단점을 이미 아시잖아요. 그러면 이제 고치셔야죠.

나의 이성으로 이겨내지 못하는 불가항력의 인연이란 없습니다.

산속에 혼자 들어가 사시려고요? 그러면 해결될까요? 그건 해결법이 아니라 임시방편이고, 도피지요.

그렇게 혼자 사신다고 합시다. 혼자 살면 화날 일이 없을까요? 혹시라도 화가 날 때는 주변 동식물에 화풀이 하실 겁니까?

평소에 불자님께서는 하심을 생활화하셔야 해요. 〈법화경〉에 보면 상불경보살님이 계십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절을 하고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은 진실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불성이 있는 분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을 해줬어요.

좋게 받아들인 사람만 있겠어요? 놀린다는 생각을 한 사람도 분명 있겠죠. 그런 사람에게 욕을 먹고 맞고 하면서도 1년 365일 상불경보살님은 똑같이 행동했어요. 나중에는 마을사람들도 보살님에 감화되어서 심성이 달라졌죠.

불자님께서는 상불경보살님을 롤모델로 매일 매일 기도를 하고 마음을 다스리셔야 합니다. 더 이상 화내고 다른 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업을 짓지 마시고 이젠 지은 업을 소멸하셔야 해요. 선한 업을 지으면 선한 결과가 오기 마련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존경해야할 부처님이라는 생각으로 화나는 마음을 내려놓으세요. 그렇지 못하면 다음 생에는 주변에 온통 불자님에게 화를 내고 해치려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일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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