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혀 뽑은 과보 사경 통해 갚고 수행정진

당나라 때 번과라고 하는 사람이 장안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젊었을 때 무예를 익혔으나 사람됨이 악하지 아니하여 현청에 하층관리로 취직하여 생활하면서 늘 다른 많은 친구들과 내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었습니다.

“젊은 사람이 일을 참 잘 해.”

“친구들이 참 많아.”

어느 날 그는 버려진 무덤 사이에서 길을 잃은 양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그 양은 홀로 풀과 나무열매를 따먹고 있었습니다.

“냠냠.”

“냠냠.”

그는 별 생각 없이 그 양을 잡아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양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망설였습니다. 혼자서 저 양을 도모할까? 아니면 친구를 불러서 같이 잡을까? 처음에는 자신이 혼자 양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하히 다가가도 양은 요리조리 도망을 쳤습니다.

“혼자서 풀을 뜯는 새끼 양이 있으니 주인이 오기 전에 우리 둘이 잡아버리세.”

그는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호, 그렇지 않아도 자네와 술잔치를 벌이려고 하였는데 아주 잘 되었네.”

그들은 마침내 양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양을 끌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양은 자신의 죽음을 아는 지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메에!”

“메에!”

반과는 그 소리를 듣고 양의 주인이 올까봐 두려워 양의 혓바닥을 뽑아버렸습니다.

“끄윽.”

“끄윽.”

양은 입에서 피를 철철 흘렸습니다. 번과는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보면 어쩌나? 그래서 오히려 집으로 돌아온 즉시 양을 죽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잔인한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지난 일, 그는 오히려 자신이 영리하게 일처리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주위의 친구들을 불렀습니다.

“자아, 내가 마련한 양이니 마음껏 먹고 놀아보세.”

“역시 자네는 우리의 친구일세.”

“몸보신에는 양보다 좋은 것이 없지.”

“그럼, 그럼. 더구나 어린 양은 최고로 맛있지.”

번과와 친구들은 웃고 떠들며 먹고 마셨습니다. 그 후로 번과는 편하게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밤낮으로 입에서 피를 흘리는 양의 마지막 모습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번과의 얼굴은 점점 흉하게 변해갔습니다.

“내가 이러다가 죽겠구나.”

그는 거울도 보지 못하고, 사람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그에게서 차츰차츰 멀어져갔습니다. 그렇게 일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뜻밖에도 반과는 돌연 혀가 점점 속으로 오그라들어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반과는 사람들에게 너무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병을 빙자하여 관가에 사직서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당시 관내의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현령에게 짧은 편지를 썼습니다.

존경하는 현령님.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부득이 제가 퇴직을 하려는 바

이를 허락하여 주소서.

그러나 현령은 반과의 말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반과가 비록 하층관리이기는 하나 일처리에 그다지 흠이 없고, 또한 주위의 평판 또한 좋았던 것이지요. 더구나 부모까지 모시고 사는 그가 사직을 한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현령은 직접 반과를 불렀습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직을 하려 하는고?”

“......?”

그러나 반과는 현령을 멀뚱멀뚱 쳐다볼 뿐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현령은 화가 났습니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란 말이다!”

“......!”

그러자 반과가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입을 벌렸습니다. 현령은 어이가 없었지만 반과의 혀 를 살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반과의 혀가 콩알보다 작았습니다. 현령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의 혀가 저렇게 작게 변하는 병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령은 심각하게 물었습니다.

“자네 혀는 어째서 이리 되었는가?”

현령이 그렇게 묻자 반과는 붓을 들고 글을 써서 대답하였습니다.

제가 연전에 홀로 풀을 뜯는 어린 양의 혀를 뽑고, 또 그것을 죽여 친구들과 나누어먹었습니다.

그 어찌 옳은 사람의 도리라 할 것이며, 그것을 잘못된 줄도 모르고 살았으니 지금의 과보는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반과는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였습니다. 반과의 글을 본 현령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는 아주 여법하게 부처님을 따르는 불자였던 것입니다. 그는 부하에게 명령하여 죽은 양의 명복을 빌어주고, 반과에게는 다음과 같은 〈법화경〉의 글귀를 수천 번 쓰게 하였습니다.

내가 멸도한 후에 만일 비구가 있어 능히 이 〈묘법연화경〉을 연설하면 질투와 성냄과 모든 번거로운 장애가 없으며 또는 근심과 슬픔과 꾸짖는 자가 없으리라.

또는 겁내고 두려움과 칼과 막대기로 때리는 일이 없으며 또는 쫓겨나는 일이 없으리니 인욕하여 편안히 머무르는 때문이니라.

지혜 있는 사람이 이같이 그 마음을 잘 닦으면 능히 안락에 머무름이 내가 설한 바와 같아 그 사람의 공덕은 천만억겁을 두고 산수의 비유로 설할지라도 능히 다하지 못하느니라.

......

......

반과는 현령의 명령인지라 어쩔 수 없이 〈법화경〉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독방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죽을힘을 다해 〈법화경〉을 쓰고 또 썼습니다. 그 사이 밤낮 떠나지 않았던 어린 양의 처참한 모습이 지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비로소 사경을 하면서 부처님의 뜻을 이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발심하여 계를 지키고 채식을 하며 늘 어린 양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내 너를 위해 평생을 기도하마.”

“내 너를 위해 단 한 점의 육식도 하지 않으마.”

일 년 후, 반과의 혀는 점점 커지면서 예전과 같이 되었습니다. 반과는 너무 기뻐서 급히 현령에게 그 사실을 보고하니 현령도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령은 반과에게 더 높은 관직을 주니 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을 칭송하였습니다.

훗날 현령 정여경은 감찰어사가 되었을 때 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며 〈법화경〉을 배포하였습니다.

한여름, 요즘 몸보신을 한다고 전국의 산천을 떠돌며 보양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각 미디어 매체마다 갖가지 육식 요리들이, 혹은 육식 요리사가 주가를 드높이고 있습니다. 혹 그들이 그 옛날 번과의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꼭 육식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천지에 널려 있습니다. 이번 여름은 그런 곱디고운 음식을 찾아 가족들과 부처님의 도량을 찾는 것은 어떨까요?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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