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불자들 음성공양으로 자비 실천

▲ 천안 각원사 도솔합창단이 찬불가 ‘내 마음의 부처’를 연습하고 있다.

지금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혔겠지만 2011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오디션 못지않게 치열하고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청춘합창단’이 있었다. 밤낮없는 사회생활에 지칠 법도 하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았던 우리 시대의 아버지ㆍ어머니들의 노래에 대한 도전과 열정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방송에서만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흔하진 않지만 불교계에도 나이를 잊은 채 대중에게 아름다운 음성공양을 올리고 있는 남녀 혼성합창단이 있다. 부처님을 향한 신심과 노래를 즐기는 마음으로 뭉친 도솔합창단은 여느 메이저 합창단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해가 뉘엿뉘엿한 늦은 오후. 합창단 연습 장소인 관음전에 들어서자 합창단원으로 보이는 중년들이 보였다. 도솔합창단은 사찰에서 보기 드문 혼성이다.

이날 연습에 참여한 단원은 20여 명. 최백건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연습이 시작됐다. 마치 무거운 바위 같은 남성 단원들의 굵은 음성이 지관전을 가득 메울 때쯤 여성 단원들의 맑고 청아한 고음이 조화를 이뤘다. 연인이 포옹이라도 하듯 두 개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면서 귀를 즐겁게 했다. 그렇게 수많은 단원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됐다. 이어 단원들은 율동이 가미된 신나는 노래를 불렀다. 이들의 얼굴에는 어린이가 유치원 학예회 때 발표 연습을 하듯 즐거운 미소가 가득했다. 평소 직장과 집안일로 피곤에 찌든 우리네 아빠ㆍ엄마의 모습이 아니었다.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각원사 도솔합창단은 1990년 각원사 주지 대원 스님의 원력으로 탄생했다. 초창기 합창단은 30여 명의 여성 단원으로 구성됐다. 그 후 여성 합창단원이 각원사 불교대학에서 찬불가 수업을 진행하다 남ㆍ녀의 하모니를 들은 주지스님이 혼성합창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2011년 도솔남성합창단을 창단했고, 자연스럽게 남성ㆍ여성 합창단이 합쳐져 지금의 도솔합창단이 됐다.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혼성 합창단이 아니기에 여성단원에게 혼성합창단의 장점을 물었다. 그러자 이구동성으로 “굵은 남성 목소리가 뒤에서 우리 목소리를 받쳐줌으로써 화음이 풍성해져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 설명했다.

단원들의 꾸준한 연습과 열정으로 도솔합창단은 2013년 조계종이 주최하는 전국불교합창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상금 전액을 아름다운동행에 기부했다. 실력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왔다.

도솔합창단은 창단 후 각종 음악회 공연 뿐 아니라 충청지역 교도소와 군법당 위문공연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합창단에 공연 부탁이 오면 최소 인원으로라도 합창단을 꾸려 공연을 한다. 5명의 인원으로 급하게 공연을 한 적도 있단다.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는 찬불가를 연습하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정진하고 있는 도솔합창단. 그들의 그런 고운 마음씨가 부처님이 중생을 위해 법을 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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