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과 전생 업보, 3년 염불과 독경으로 참회

2014년, 10월.

어느 젊은 비구 스님이 가을 날 명산대천을 찾아 만행을 하다가 해가 질 무렵에 어느 작은 암자에 도착하였습니다. 내일이면 또 다른 명산대천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는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래서 이 암자에서 하룻밤 묵고 갈 생각으로 마당으로 들어섰는데, 작은 법당에서 목탁소리와 함께 관세음보살님을 정근하는 염불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선남자여, 만약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받드는 자는 설사 큰 불 속에 들어가는 일이 있더라도 불이 그를 태우지 못하나니, 이는 이 관세음보살의 위신력 때문이니라. 혹은 큰물에 떠내려가게 되더라도 그 명호를 부르면 곧 얕은 곳에 이르게 될 것이며, 또 백 천 만 억 중생이 금·은·유리·자거·마노·산호·호박·진주 등 보배를 구하고자 큰 바다로 나아갔다가 폭풍이 불어 그들이 탄 배가 나찰들의 나라로 이르게 되었을지라도 그 중에 한 사람이라도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일컫는 자가 있으면 이 사람들은 다 나찰의 환난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나니 이런 인연으로 이름을 관세음이라고 하느니라.”

그런데 그 암자에는 법당에서 기도하는 스님 말고는 아무도 없는지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비구 스님은 그 스님의 기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기도가 끝날 때 까지 마루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지만 기도는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또, 어떤 사람이 흉기로 해를 입게 되었을 때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르면 저들이 잡은 흉기는 곧 조각조각으로 부서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혹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야차·나찰 등 악귀들이 사람을 괴롭히려 하더라도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르는 것을 들으면 그 모든 악귀들이 능히 악한 눈으로 그 사람을 보지 못하거늘 하물며 어찌 해칠 수 있으랴. 또, 어떤 사람이 죄가 있거나 없거나 큰칼이 씌워지고 쇠고랑에 채워지고 몸이 사슬에 묶였더라도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르면 이것들이 모두 다 부서져 곧 벗어나게 되느니라.”

독경소리는 참으로 구슬펐습니다. 그냥 독경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듣는 사람을 울리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깊은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염불 정근이 끝나고 기도를 마친 스님이 법당 문 밖으로 나섰습니다. 스님은 족히 70이 넘어 보이는 노스님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노스님의 얼굴은 온통 수많은 주름과 칼자국뿐이었습니다. 비구 스님은 노스님이 젊어서 조폭을 하다가 늙어서 스님이 되어 젊은 날의 죄를 참회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쓸쓸한 암자의 가을 밤, 두 사람은 밤늦도록 차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비구 스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노스님 얼굴에 칼자국이 많은데 어떻게 된 것입니까?”

노스님은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비구 스님에게는 그 미소가 슬픈 미소로 보였습니다.

“이 암자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나의 얼굴을 보고 모두 놀라서 도망치듯 돌아가지요. 내가 무슨 범죄자 얼굴을 하고 있나 보지요. 허기야 내가 나를 보아도 범죄자의 얼굴입니다. 하하하! 그런데 젊은 수좌는 나를 보고 놀라지도 않고 하룻밤 묵게 해달라고 하니, 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거든요.”

그러면서 노스님은 가슴 속 깊이 새겨져 있는 상처를 털어놓았습니다. 수행자에게 있어서 가슴 속 깊이 새겨진 상처를 끄집어내는 그 과정도 또 다른 수행이지만, 그 상처 속에 감춰진 아픔을 말없이 들어주는 것 또한 수행이지요. 무엇이든 속 시원히 드러나게 해서 바람에 날려 보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값진 수행이 어디 있겠습니까? 비구 스님과 노스님은 그 날 밤 새벽까지 지울 수 없는 그 상처를 바람에 날려버리는 수행을 하였습니다.

그 노스님은 젊어서 영업용 택시 운전을 무사고로 한 덕분에 개인택시 면허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택시를 하면서 두 아들도 생겼고 아이들에게 착한 아빠가 되었지요. 개인택시를 하다 보니 생활도 그런대로 여유가 좀 생겼습니다. 가정생활이 순탄하다보니 그는 좀 자극적인 오락거리를 찾아 택시가 쉬는 날은 사냥총을 들고 이산 저산을 찾아다니면서 사냥을 즐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엽총으로 나는 새를 떨어뜨리는 쾌감에 만족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땅에 쓰러져 파닥거리는 새나 동물들의 몸통을 찔러 동물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그 상황을 즐겼던 것입니다. 정말 끔찍한 일이었지요.

그 사이 그는 점점 난폭한 남편과 아버지로 변해갔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그에게 그러한 죄를 짓지 못하도록 하는 하늘의 뜻일까요? 온 몸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병원에 입원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여러 번 병원에 입원을 하면서 얼굴에서부터 온 몸까지 수 없이 많은 수술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동물을 잡아서 칼로 동물들을 찔렀던 그 자국, 그 자리를 수도 없이 수술이란 미명아래 칼로 얼굴과 온 몸을 난도질 당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칼자국의 고통을 받은 후에 자신이 동물들을 잔인하게 죽인 벌을 지금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죄업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그는 아무런 종교도 갖고 있지 않았으니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죄를 남에게 보이기가 싫었습니다. 한편으로 그는 동물들을 죽이지 않는 대신에 가족에 대한 폭력이 점점 더 심해져만 갔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족에게 폭력을 쓰는 것이 동물들의 원혼들에 빙의되어 그러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 영업을 하고 있는데 마침 노스님 한 분이 택시에 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노스님에게 자신이 그동안 사냥을 통해서 동물을 잔인하게 죽인 사실과 그 벌로 지금 자신의 몸이 수술 칼로 난도질을 당했다는 고백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노스님은 택시에서 내리면서 바람처럼 말했습니다.

“동물을 잡아 죽인 것도 큰 죄인데,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는 동물들을 잔인하게 칼로 쿡쿡 찔러 죽이면서 쾌감을 느꼈다니 참으로 무거운 죄로다! 이 무거운 죄가 어찌, 천도를 하고 참회를 한다고 해결되겠소? 아무도 기사님 같은 사람을 천도해 줄 사람은 없소. 기사님이 직접 스님이 되어 그 동물들을 천도하시오! 그 천도를 받아줄 분은 이 세상 천지에 관세음보살님 밖에 없을 것이오.”

“아니, 저보고 스님이 되어 직접 동물들을 천도하란 그 말씀입니까?”

“가족들에게 먹고 살만한 재산을 남겨두고, 깊은 산속에 홀로 암자를 하나 지으시오. 그래서 무릎에서 피가 나도록 절을 하면서 참회를 하고 관세음보살님 염불을 하루 종일, 3년 동안 한 후에 득력이 생기거든 그 때 스스로 그 동물들을 천도 하시오!”

그 후 그는 즉시 머리를 깎고, 이곳에 작은 암자를 지어 하루 종일 염불참회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노스님은 지금 전생에 자신의 인과응보를 받고 있는 것이지요. 전생에 지어놓은 악업들이 시절인연이 되자 그 노스님에게 드러나 더욱 나쁜 악업을 짓게 한 것입니다. 좋은 업을 지어도 모자라는 판에 악업에 악업을 더하니, 어느 생에서 악업으로부터 자유롭겠습니까? 참으로 악업의 순환이 끝이 없는 것입니다.

“지금은 오로지 〈법화경〉 한 구절 한 구절에 일생을 걸고 있습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그러면 관세음보살님이 응답하시겠지요.”

노스님의 눈에는 굵은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있었습니다. 중생이 본래 부처이지만, 본래 부처가 어떻게 이러한 악업을 끝도 없이 지을 수 있단 말인지요? 설사 본래 부처였다 할지라도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본래 부처였다는 엄연한 사실을 알기 전에 위선이라도 좋으니 모든 중생이 발끝 닿는 데마다 선업을 지어놓고 떠났으면 하는 오늘입니다. 이 나라 방방곡곡에 관세음보살님이 얼른 나투시어 무지하여 죄 짓는 모든 중생들을 모두 따뜻한 불국토로 인도하여 주셨으면 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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