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도 품고 시작해도
초라한 결말 이어지기도
불교개혁에 지혜 모아야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용두사미(龍頭蛇尾), 즉 시작은 요란한데 끝은 보잘 것 없이 흐지부지되는 일들을 끊임없이 접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용두사미가 되지 말자는 뜻에서 사례들을 들어 함께 성찰을 해보고자 합니다.

서울숲 무명지(無名池) 황폐화

먼저 저는 지난 2014년 여름, 성동구가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 일환으로 서울숲 진입로 공지에 ‘무명지(無名池)’라는 연못을 조성하고 무안 백련지와 양평 세미원에서 연꽃 1450본을 지원받아 심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그래서 틈을 내어 이곳을 방문해 멋지게 핀 연꽃과 서울숲 주변 풍광들을 사진에 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문득 예전 풍광이 떠올라 퇴근길에 다시 찾았다가 낭패를 보았습니다. 거의 황폐화 직전의 방치된 무명지를 목격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왜 관리가 이렇게 안 되었을까 하는 의문에 검색을 해보니 그 사이에 구청장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서울 시민을 위한 휴식처로서 조성된 이상 이 무명지는 일회성 생색내기 사업이 아니라, 바뀐 구청장의 관심 유무에 관계없이 담당 부처에서 도움을 주었던 백련지와 세미원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매년 보다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한편 1990년대 후반 거의 모든 대학이 교육부의 재정 지원 사업 제한 압력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학부제’를 실시하였습니다. 명분은 학문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대학의 세분화된 전공학과를 통·폐합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학부제는 대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재능과 맞는 전공을 적극적으로 찾고 선택하는 경우에는 매우 이상적인 제도이나, 안정된 직업 등을 염두에 둔 부모님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한국 현실에는 전혀 맞지 않는 제도였던 것 같습니다. 서강대의 경우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구성원들 간에 오랫동안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2016년 신입생부터는 다시 학과제로 환원하여 학과가 균형발전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늦게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교계 지속적 개혁을 위해

끝으로 우리는 최근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94년 개혁사태의 원인이었던 당시 총무원장 서의현 스님의 감형에 대해 답답한 소식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런데 이 문제는 출가 세계의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다만 종파를 초월해 재가든 출가든 불제자인 우리들은 모두 인드라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그 영향을 서로 주고받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94년 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일을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삼아야 합니다. 비단 이 문제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잊을 만하면 일어났던 일반인들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개혁 이후 벌어진 모든 불교계의 제반 문제들을 면밀히 돌아보고, 남을 탓하기 이전에 먼저 뼈를 깎는 자기성찰과 이를 바탕으로 후퇴 없이 개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수의 중지를 모아 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야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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