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종단 안팎 논란
불자들에게도 혼란 가져와
청정승단 위한 행동 나서야

요즘 국내 불교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조계종단에서 멸빈되었던 서의현 스님의 복권상황이다. 구체적 논의나 검토도 없이 갑자기 초라한 이유를 들어 94년 종단개혁을 부정하는 총무원의 충격적 선택은 현 조계종단의 정체성을 흔드는 모습이기에 대부분의 불자들에게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부정부패와 은처 등, 잘못된 행태가 이미 공개적으로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징계절차에 하자가 있어서 징계를 감면한다는 것은 마치 동국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표절이 분명하게 드러난 총장후보 스님에 대하여 표절 판정 절차를 지적하면서 문제 없다는 식으로 몰아간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렇듯 출가 수행자집단으로서의 조계종단이 보이고 있는 외형적 퇴행과 더불어 종단에 내적 치명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인사라면 종단의 법보사찰로서 그 어느 사찰보다 수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해인사의 선풍은 고 성철 스님의 엄격한 수행 가풍에 근거하고 있기에 한국불교 선수행의 상징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 해인사는 한국불교의 정신적 지주로 여겨져 왔다.

한국불교의 참선 수행과 정신적 가치를 상징하는 해인사를 이끄는 분은 총림의 방장 어른스님이며, 해인사 방장 위치는 누구나 존경하는 자리이자 수행이 뒷받침되는 자리이다. 최근 법전 방장스님의 입적으로 공석이 되었기에 차기 9대 방장 자리는 그동안 해인사 가풍에 따라 문중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수행력 높은 스님이 자연스럽게 후임으로 추대될 것으로 생각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9대 해인총림 방장 선출은 불행히도 두 스님 집단 간의 선거전이 되었고 더욱이 그 선거 과정의 잡음으로 인해 세속 법정 싸움으로까지 발전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그동안 해인총림의 위상과 성격으로 볼 때 지극히 불미스러운 모습이자 조계종단 전체로 봐서도 매우 부정적인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방장 선출 후 이어진 해인사 주지 선출을 둘러싸고 방장 선거에서의 논공행상 다툼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방장 선거 중에 돈 거래가 있었음도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해인사의 추한 모습, 더 나아가 주지 자리싸움이 세속 법정다툼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종단의 일상이 된 것에 있다.

최근 용주사 주지 돈선거가 불거져 나왔다. 용주사 주지는 그동안 해인사처럼 수행력과 인덕을 근거로 문중에서 추대되어 왔는데, 이번에 갑자기 총무원의 이면 개입과 함께 선거로 변질되고 또한 돈이 오갔다. 당시 이 모습을 본 송담 스님께서 문중 전통에 따른 자연스런 추대를 새삼 언급했지만, 결국 전통은 무너지고 돈선거로 마무리되었다. 이를 본 송담 스님이 ‘수행가풍이 다르다’는 점잖은 한마디 남기고 탈종하게 된 용주사 상황과 해인사 상황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이런 모습이 해인사, 용주사만이 아니라 마곡사 주지 선거에서도 있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개인 비리나 부패가 아니라 종단 전체에 퍼진 부정부패와 비리의 고리가 한국불교의 전통을 무너트린 채 총무원 일부 권승들의 계파 논리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고, 한국불교의 정신적 지주라고까지 일컬어지는 해인총림마저 자유롭지 못한 점이다.

조계종단 안팎의 현 주소가 이럴진대 종단 스님들과 특히 원로스님들은 권승들에 대한 파사현정과 함께 종단을 어떻게 되살려 청정수행승단을 만들 것인지 그 향방에 대하여 진지하게 질문하고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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