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경 시작하자 입 안에서 흰 빛이 흘러나와

 

중국 후한 때의 호주, 본명이 포옥(抱玉)인 한 스님이 있었는데 어머니 매씨가 스님을 잉태할 때 신령스러운 상서가 있어 냄새나는 풀을 싫어하였습니다. 나이 일곱 여덟 살이 되자 출가하여 〈법화경〉 외우기를 소원하니 석 달 만에 환히 외우고 날마다 〈법화경〉 일곱 권을 다 독송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이구동성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동이 났다!”

“신동이 아니라 사람이 아니다!”

그 즈음 대궐의 숙종 황제가 밤에 꿈을 꿨는데 한 스님이 〈법화경〉을 독송하니 그의 입에서 오색 빛이 나오고 그 목소리는 너무 맑고도 고왔습니다. 부처님 말씀이 낭랑하게 하늘과 땅을 골고루 적셨던 것입니다.

“아일다여, 여래가 열반한 뒤에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나 그밖에 지혜가 있는 이로서 늙은이·젊은이가 이 경전을 듣고 따라서 기뻐하느니라. 그리고 법회에서 나온 뒤 다른데 가서, 승방이나 공적(空寂)한 데서나 도시에서나 마을에서 논밭에서나 시골에서, 법회에서 들은 대로 부모나 친척이나 친구나 아는 사람들에게 힘을 따라 연설하느니라. 또 그 부모나 친척이나 친구나 아는 사람들에게 힘을 따라 연설하느니라. 또 그 사람이 듣고 기뻐서 다시 다른 이에게 말하고, 그 다른 사람들이 기뻐서 또 다른 사람에게 말하여, 이와 같이 또 말하고 또 말하여 오십 번째 사람에게 말하느니라. 아일다여, 그 오십 번째의 선남자·선여인이 듣고 따라서 기뻐한 공덕을 내가 말하리라. 그대는 자세히 들어라.”

황제는 독송의 내용과 그 고운 음성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꿈을 꾼 이후로 다른 일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했지요. 황제는 이것은 그냥 꿈만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도 생생했던 것입니다.

이튿날 아침 황제는 신하들에게 영을 내렸습니다.

“우리 도성 안에 있는 〈법화경〉을 외울 수 있는 스님을 모두 불러들이라!”

신하들이 곧 도성 안의 스님 200명 정도를 대궐 안으로 불러들였고, 황제가 직접 관장하여 스님들에게 〈법화경〉 독송을 시켜보았으나 모두 꿈의 그 스님이 아니었습니다. 황제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습니다. 황제는 탄식했습니다.

“그 스님의 목소리는 천상의 목소리였고, 그 내용은 부처님의 진심을 담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스님이 마침 성안으로 들어오는데 관문을 지키는 우두머리인 관령의 머릿속에 번뜩 스쳐가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관령이 예의를 다해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우리 성안으로 들어오시는지요?”

스님은 합장을 하며 대답하였습니다.

“그동안 〈법화경〉을 잘 독송해 왔습니다. 그래서 수계하러 왔습니다.”

관령은 손뼉을 쳤습니다.

“바로 이 분일 것이다.”

관령이 보기에도 스님의 용모가 맑고, 그 음성에 탁기가 없었던 것이지요. 관령은 즉각 황제에게 아뢰었고, 황제는 곧 스님을 대궐로 불러들였습니다. 멀리서 걸어오는 스무 살 정도의 젊은 스님, 황제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한 눈에도 그가 꿈속에서 본 그 스님이었던 것입니다.

“어서 오세요!”

황제는 손수 일어나 스님께 합장하였습니다.

“폐하께서 어인 일로 저를 부르셨는지요?”

스님은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이제야 찾았구려. 내가 꿈에 본 그 스님이 틀림없구려.”

“......?”

황제는 급하게 스님을 전각에 오르게 하였습니다.

“스님, 저를 위해 〈법화경〉을 독송하여 주시지 않겠습니까?”

“제가 어찌 그 청을 마다하겠습니까?”

스님은 조용히 눈을 감고 〈법화경〉을 독송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사백만억 아승지 세계의 여섯 갈래[六趣]에 네 가지로 나는 중생으로서, 알로 나고, 태로 나고, 습기로 나고, 변화해 나고, 형상이 있고, 형상이 없고, 생각이 있고, 생각이 없고,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발이 없고, 두 발을 가지고, 네 발을 가지고, 여러 개의 발을 가진 것들이니라. 그런 중생들을 어떤 사람이 복을 구하려고 그들이 바라는 오락거리를 주느니라. 하나 하나의 중생들에게 남섬부제(南閻浮提)에 가득히 채운 금·은·유리·자거·마노·산호·호박 등의 여러 가지 보물과, 코끼리·말·수레와, 칠보로 지은 궁전·누각 등을 주었느니라...... 그래서 그 중생들을 모으고 불법을 선포하여 보여주고 가르쳐서 이익하고 기쁘게 하였느니라. 그래서 일시에 수다원과와 사다함과와 아나함과와 아라한도를 얻었고, 모든 번뇌가 없어져서 깊은 선정에 자재함을 얻게 되고 여덟 가지 해탈을 구족하였다고 한다면,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대시주의 얻은 공덕을 많다고 하겠는가?”

스님의 독송이 이렇게 수희공덕품의 절정에 이르자 황제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바로 이 스님이다. 내가 꿈에서 들은 독송의 다음 내용을 이 스님이 독송하고 있구나!”

“......?”

독송이 끝나자 황제는 물었습니다.

“스님의 법명이 무엇입니까?”

“예. 저는 본명을 포옥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스님의 법명을 하사해도 되겠습니까?”

“저를 이곳까지 불러주셔서 부처님의 말씀을 청하신 폐하의 영을 어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황제는 기뻐하여 우유와 호도와 백합으로 죽처럼 만든 칠보탕을 하사하고 새로이 향단을 쌓아서 수계하게 하고 합장을 하며 말했습니다.

“스님에게는 대광(大光)이란 법명을 내리고, 천하상좌에 봉하여 천복사(千福寺)에 머물게 하겠습니다. 의향이 어떠신지요?”

천하상좌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국사(國師), 그러니까 나라의 스승이란 뜻입니다. 그제야 전후의 내용을 모두 안 대광 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까닭이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폐하께서 그 법석을 마련해주시니 감사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황제는 스님의 손을 맞잡고 말했습니다.

“어서 천하상좌이신 대광 스님을 천복사로 안내하라!”

천복사는 황제가 있는 대궐에서도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황실사찰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황제는 항상 스님의 독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때 대광 스님은 섬서성 정사사에도 있었는데 이 절 스님의 꿈에 천상 동자가 내려와서 고하기를 대광 스님의 경 외우는 소리가 색구경천까지 들린다고도 하였습니다. 하여 사람들은 모두들 대광 스님을 양나라 때 달마대사를 모셨던 총지 비구니의 후신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즈음 이신(李伸)이란 사람이 호주의 자사로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신이 술이 취하여 지경도량에 쓰러져 자다가 밤에 깨어 보니 흰 빛이 대광 스님의 방안에 가득한지라, 이상하게 생각한 이신은 문틈으로 스님의 방 안을 들여다보니 스님이 선정에 들어 몸과 마음을 깨끗하고 조용하게 하고 경을 독송하고 있는데 스님의 입에서 흰 빛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독송하는 소리가 멎자 빛도 따라서 거두어졌습니다.

이를 본 이신은 본래 불교를 그다지 깊이 믿지 않았지만은 대광 스님을 깊이 공경하여 친히 비문을 지어 제목을 〈묵조지경대덕신이비문(墨詔持經大德神異碑文)〉이라 하였습니다. 그 전 대광 스님이 황제에게 글을 올려 고향 호주로 다시 돌아가기를 청했을 때 황제가 친필조서인 묵조를 한 통 내렸던 것입니다. 그만큼 대광 스님의 독경과 독송은 많은 기적을 낳았던 것이지요. 오늘날 이 나라 어딘가에도 대광 스님처럼 청정한 독경과 독송으로 천지를 깨우치는 많은 스님들이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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