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상처, 어르신 돌보며 극복"

▲ 추정임 팀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하지만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말이 있듯이 자식들의 학대와 구타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나 가정의 달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5월 11일. 가정의 달을 맞아 사라져가는 ‘효(孝)’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학대받는 노인들을 위해 전문적인 상담과 서비스를 지원하는 강원도노인보호전문기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학대받는 노인들을 위한 상담 및 사례관리, 노인학대예방 교육 및 홍보활동, 지역사회 자원개발 및 연계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는 추정임 팀장을 만났다.

그와 인사를 나누고 기관운영방식에 대해 물었다. 추 팀장은 “저희는 신고전화를 받고 72시간 내에 현장조사를 간다. 학대 피해 어르신이 있으면 쉼터나 연계된 유관기관으로 분리조치를 하고, 노인학대 신고의무자 및 부양의무자를 대상으로 노인학대예방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강원도는 2014년도 노인 학대 통계수치를 발표했다. 통계수치에 따르면 강원도 내 노인학대 건수는 총 219건(잠정집계)으로 2013년 199건보다 10%가량 증가했고, 2012년 187건에 비교하면 2년 사이 17%가량 늘어났다. 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ㆍ방임ㆍ경제적 학대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추 팀장은 “노인학대는 가족 내 갈등이 학대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주로 자식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인 노인 대부분이 학대를 당해도 자녀들을 위해 참는 것을 감안할 때 기관에 신고 되지 않은 사례는 더 많을 수 있다”며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노인학대를 은폐시켜 학대가 장기간 지속ㆍ반복된다”고 설명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이에 대해 추 팀장은 “사회가 급격한 산업화와 인구의 고령화·핵가족화·노인부양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같은 여러 가지 외적인 요인들이 노인학대의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현장에 직접 나가보면 쓰레기를 방치한 집에서 살거나, 끼니를 일부러 거르게 하는 경우도 많다. 심한 경우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몸에서 구더기가 나오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계신 현장이 그에게는 더욱 일에 대한 책임감과 애착을 만들었다. 그래서 어르신들께 친자식처럼 대해드리려고 노력한단다.

추 팀장은 “어렸을 때 부모님 사이에 문제가 있어 순탄치 않은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현장에 나가면 피해자 어르신들이 공감이 간다”며 “어린 시절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복지 공부를 택했고 상담사 직업을 갖게 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상담사를 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공부와 일을 통해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몫을 보시하는 마음으로 어려운 상황의 어르신들께 도움이 되고 싶다” 는 말도 전했다.

추정임 팀장은 노인학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잠재된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노인부부가구, 독거노인가구, 가족과 동거하는 노인가구 등에 대해 동거가족을 대상으로 한 노인수발관련 교육, 부양부담 감소를 위한 각종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면서 “앞으로도 노인의 권익 증진과 인식을 개선하고 학대 없는 가정과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노인학대 피해 어르신을 상담하고 있는 추정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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