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지금 분노로 가득 차 있다는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화’를 다스리지 못해 일어나는 위험천만한 일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년 초 어린이집 폭행사건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운전 시비로 승강이를 벌이던 중 차밖에 나와 서있던 상대 운전자를 차로 들이받는가 하면 층간 소음으로 다툼을 벌이다 윗집에 사는 이웃을 살해한 사건, 화가 난다고 길을 지나는 여자를 무참히 죽이는 일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를 ‘분노조절장애’라는 병명으로 그 원인을 분석합니다. 즉 한 순간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끔찍한 사회적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 수가 2009년엔 3,720명이었는데, 2013년엔 4,934명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수치로 환산하면 4년간 32%에 이르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또 지난해 경찰의 보고에 의하면 전국의 폭력범 36만6000명 중 42%에 해당하는 15만2000명이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우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특히 이러한 분노조절장애는 특정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연령과 계층에 걸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므로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점에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가 전해주는 라다크 이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호지 여사는 언어학자이자 생태환경운동가로서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라는 책을 저술했습니다. 이 책은 호지 여사가 인도의 작은 마을 라다크에서 직접 생활하면서 관찰한 기록입니다. 라다크는 ‘산길이 있는 땅’을 뜻하는 티벳어 ‘라 다그스’에서 유래된 지명으로서 문화적으로 티벳의 영향을 받아 ‘리틀 티벳’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우리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라다크인들은 화를 내는 일이 몹시 드뭅니다. 화를 내는 일 자체를 ‘부끄러운 감정’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다크에서 가장 심한 욕설은 ‘숀찬(schon chan)’인데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화를 내는 일을 부끄러워하고 남을 이해하려는 존중과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게 라다크인들의 특성입니다. 그러므로 라다크의 삶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 않지만 빈부격차도 인간소외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라다크에도 서구문화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사람들의 심성에 많은 변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인구는 급속하게 팽창했고 젊은이들은 고유의 옷차림을 버리고 선글라스와 청바지로 자신들을 치장합니다. 라다크어를 버리는 대신 영어를 사용하게 되자 따뜻했던 공동체 생활과 유대감은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호지 여사는 라다크의 과거 공동체가 미래 삶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는 공동체 생활이 인류의 건강한 삶을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는 것입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는 곳에 분노란 있을 수 없습니다. 화를 내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부끄러운 대상입니다.

화는 국민의 행복지수와도 직결됩니다. 화를 잘 내는 국민일수록 행복지수가 떨어집니다. 얼마 전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에서 발표한 2015년도 세계의 국가별 행복지수에 대한 순위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인 143개국 가운데 118번 째로 꼴찌에 가까웠습니다. 행복지수 전체 평균은 71점인데 우리나라는 12점이 모자란 59점을 기록했습니다. 우리와 같은 순위의 국가들을 살펴보면 내전국으로 유명한 중동의 팔레스타인과 아프리카 가봉, 아르메니아 등입니다. 실질적으로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국민 간 갈등을 겪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불교는 수많은 종교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마음을 잘 다스리도록 가르치는 종교입니다. 〈상응부경전〉에서는 분노에 대해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화를 내는 싫은 사람에 대해 울컥하는 분노를 느낀다면 당신은 이미 악행을 저지른 것이나 다름없다. 화를 내는 사람에 대해 분노를 느끼지 않고 끝낼 수 있어야 강적과 싸워 승리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분노에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은 당신 자신의 마음까지 분노로 물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빨리 깨닫고 침착해지도록 하라. 그러면 당신도 상대방도 마음을 다치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이 상대의 분노를 온화한 마음으로 살포시 받아들일 때 서로간의 분노는 잦아들고 마음도 치유될 것이다.”

분노를 자제하지 못하면 거짓말을 짓게 하며 신용을 잃게 하고 심신에 막대한 타격을 주어 온갖 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분노란 곧 모든 만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격언에도 있지만 “악행을 하는 사람은 분노에 대한 분노의 갚음을 받는다”하였습니다. 반대로 분노를 분노로 갚지 않을 때 어떠한 싸움에서도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회의 안정과 인류의 화목이 성취됩니다. 따라서 참된 불자로 살기를 서원한다면 화를 내는 마음을 없애야 합니다. 화낼 마음이 없는데 어찌 화가 나겠습니까? 지혜로운 이에겐 성냄이 없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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