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에 눈 멀어 도깨비에게 벌 받아

 

동생은 말을 마치고 휭하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심술 맞은 동생은 말과 달리 누에씨와 곡식의 씨앗을 쪄서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방이는 이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도 누에씨가 부화했을 때 단 하나가 살아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날마다 1촌(寸) 정도가 자라 단 열흘 만에 소처럼 커서 몇 그루의 뽕잎을 먹어도 부족했습니다. 

동생은 3판의 담장을 쌓겠다고 청했지만, 3일이 지나자 배고프고 피곤하여 담장을 쌓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도깨비에게 애걸했지만, 도깨비는 그의 코를 잡아 뽑았습니다. 동생은 코끼리 코와 같은 코를 하고서 돌아왔습니다. 나라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그를 구경하고자 모여들자 동생은 너무 부끄러워서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하늘의 벌을 받아 고소하다고 했지만 방이는 죽은 동생의 몸을 안고 울었습니다. 그리고 〈법화경〉 한 구절을 천천히 외웠습니다. 

신라의 제일 귀족 김(金)씨의 먼 조상인 방이에게는 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재산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는 아주 험악한 성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형 방이는 우리들에게 문헌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남몰래 〈법화경〉을 독송하는 신실한 초기 불자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가난하여 동생에게 의식을 구걸했지요. 그렇지만 형 방이는 다음의 〈법화경〉의 구절을 외우며 동생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탐욕과 번뇌가 없으며,
성냄과 어리석은 번뇌가 없어야 하며
또한 교만과 질투와
여러 가지 더러운 번뇌가 없어야 한다.

어느 날, 방이를 불쌍히 여긴 사람이 그에게 빈터 1묘를 주자 방이는 동생을 찾아갔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동생은 방이를 본체만체 하며 말을 붙였습니다.

“또 무슨 일로 오셨나요?”

“그게...저...누에씨나 곡식의 씨앗을 빌리러 왔네.”

“형님, 이제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제발 날 귀찮게 하지 마세요.”

“아우, 정말 미안하이. 다음부터는 절대 찾아오지 않겠네.”

“이번만큼은 원하는 만큼 드릴 테니 꼭 몇 배로 갚으세요.”

“여부가 있나. 내 누에가 자라고, 곡식을 거두면 몇 배로 갚겠네.”

동생은 말을 마치고 휭하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심술 맞은 동생은 말과 달리 누에씨와 곡식의 씨앗을 쪄서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방이는 이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도 누에씨가 부화했을 때 단 하나가 살아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날마다 1촌(寸) 정도가 자라 단 열흘 만에 소처럼 커서 몇 그루의 뽕잎을 먹어도 부족했습니다.

“이제야 살게 되었군. 이건 모두 부처님 덕이야!”

“고마운 우리 아우의 덕이지!”

그렇지만 동생은 그 사실을 알고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으니까요. 분명 누에씨는 몽땅 쪄서 주었는데 말이지요. 동생은 질투에 눈이 어두워 잠을 이룰 수가 없었지요. 안절부절, 그리고 그는 몹쓸 결단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내가 준 것이니 내가 없애도 아무 죄가 되지 않지? 암.”

그는 몰래 형 방이의 집으로 숨어들어갔습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는 방이가 없는 틈을 노려서 그 누에를 죽여 버렸습니다. 그런데 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루가 지나지 않아 사방 백리 안의 누에가 모두 방이의 집으로 날아들었던 것입니다. 나라 사람들은 죽은 큰 누에를 누에의 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왕이 죽자 그 부하 누에들이 모두 모여든 것이지요.

“착한 방이가 복을 받은 게지.”

“그가 믿는 부처가 돌본 까닭이야.”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수군거렸습니다. 어쨌든 방이의 사방 이웃이 함께 고치를 켜도 일손이 부족했습니다. 그렇지만 놀라운 일은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단 며칠 사이 곡식 하나가 사람의 키보다 훨씬 크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방이는 항상 그것을 지켰지만 어느 날 갑자기 새가 그 곡식의 이삭을 물고 가버렸습니다. 절망한 방이는 그 새를 쫓아서 산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그 새가 이삭을 물고 험난한 돌 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일을 어쩐다.”

“또 아우에게 원망을 듣겠군.”

그는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두워질 때까지 그 돌 틈 곁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밤중이 되어 달이 뜨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붉은 옷을 입고서 함께 놀고 있었습니다. 방이는 숨어서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중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무엇이 필요하니?”

다른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술이 필요해.”

그 아이가 금방망이를 꺼내어 돌을 치자 술과 단지가 모두 차려졌습니다. 또 한 아이가 음식이 필요하다고 함에 또 그것을 치니까 떡과 국과 불고기 등이 바위 위에 차려졌지요. 한참 만에 그들은 음식을 다 먹고 흩어지는데, 금방망이는 돌 틈에 끼워두었습니다.

“옳거니, 저들이 말로만 듣던 도깨비군. 도깨비 물건은 먼저 갖는 사람이 임자라고 했으니 좋은 일은 아니지만 내가 잠깐 빌려야겠군.”

방이는 껄껄 웃으며 그 금방망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방이는 도깨비들이 하던 대로 금방망이를 두드려 나라 제일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그는 동생에게도 넉넉하게 재물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그것이 성에 찰리가 없었지요.

“저 바보 같은 형이 어떻게 저런 보물을 구했을까?”

그는 방이를 찾아갔습니다.

“내가 형님에게 주었듯이 내게도 형님의 누에씨와 곡식 종자를 주시오.”

“아우, 그건 경우가 달라.”

“나도 금방망이를 갖고 싶소.”

방이가 그 어리석음을 알고 타일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방이는 동생에게 누에씨를 주었지만 보통 누에와 같았습니다. 다행히 곡식 종자가 한 줄기가 자랐는데, 장차 익을 무렵에 그만 새가 물고 가 버렸습니다. 동생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새를 따라 산에 들어갔습니다. 새가 들어간 곳에 이르러 한 무리의 도깨비를 만났는데, 그들은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네가 우리의 금방망이를 훔쳐 간 자이다.”

그들은 동생을 붙잡고서 말했습니다.

“너는 우리를 위해 3판(版)에 이르는 담장을 쌓겠느냐? 아니면 네 코를 1장(丈)으로 길어지게 해주기를 바라느냐?”

동생은 3판의 담장을 쌓겠다고 청했지만, 3일이 지나자 배고프고 피곤하여 담장을 쌓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도깨비에게 애걸했지만, 도깨비는 그의 코를 잡아 뽑았습니다. 동생은 코끼리 코와 같은 코를 하고서 돌아왔습니다. 나라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그를 구경하고자 모여들자 동생은 너무 부끄러워서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하늘의 벌을 받아 고소하다고 했지만 방이는 죽은 동생의 몸을 안고 울었습니다. 그리고 〈법화경〉 한 구절을 천천히 외웠습니다. 

탐욕과 번뇌가 없으며,
성냄과 어리석은 번뇌가 없어야 하며
또한 교만과 질투와
여러 가지 더러운 번뇌가 없어야 한다. 

잘 가거라 불쌍한 아우,
부디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오늘 내가 외운 말씀을 잊지 말게나.

그 후 방이는 모든 탐욕의 근본인 금방망이를 자손들 몰래 어딘가에 버렸다고 합니다. 그 때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그를 찬탄하는 관세음보살님의 화신이 하늘에 나타났다고도 하고, 방이가 그 천둥과 번개처럼 사라졌다고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당나라 단성식(段成式)이 편찬한 〈유양잡조(酉陽雜俎)〉에 수록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권선징악의 성격이 강한 이 설화에는 아직 체계적인 불교적 영향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오로지 물질만을 좇는 세상, 여러 갈래로 전해지는 방이 이야기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누에나 곡식대신 정답 하나를 꼬옥 전해주고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탐욕과 교만으로 이룬 모든 물질과 명예는 지나가는 뜬구름보다 못하다는 변치 않는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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