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모두가 내 부모, 작은 관심의 차이”   

▲ 김숙자 요양보호팀장

최근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치매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으며 85세를 넘어가면 위험도는 더 높아져 2명 중 1명이 치매라고 한다. 보호받아야 할 치매 환자는 많은데 이를 뒷받침할 복지제도나 시설 등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워킹맘으로 일하던 김숙자 요양보호사는 22년 동안 모신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 5년 전 뇌출혈과 치매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이를 수발했다. 모시는 동안 힘이 들어 남편에게 요양원을 제안했지만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쓴소리만 되돌아왔다. 결국 직접 요양보호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시작한 직업이 벌써 7년이나 됐다.

1월 7일, 원주 성문노인요양원에서 만난 김숙자 요양보호사는 단정한 옷차림에 한 손에는 큼직한 다이어리를 들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어르신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나왔는지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가 도무지 손에서 놓지 않는 다이어리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도 눈치를 챘는지 두 손으로 다이어리를 들어 보이며 ‘보물’이라고 말했다.

“이 수첩은 제가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작성한 차트에요. 어르신들마다 각각의 특징을 적어놨어요. 이렇게 해야 헷갈리지 않고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서 챙겨 드릴 수 있거든요. 이게 벌써 9권째네요. 덕분에 ‘다드림’이라는 연구회도 만들어 치매사례연구를 하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보호ㆍ관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저한테는 없어서는 안 될 보물이에요”

7년차 베테랑인 김 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물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한 일화를 풀어놓았다.

“보호사들과 접촉을 일절 않는 어르신이 한 분 계셨어요. 식사는 물론 목욕, 치료까지 거부해 심각한 상황이었죠. 등이랑 하반신에 욕창이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보호사들이 매일 옆에서 말도 걸고 치료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아 결국 보호자에게 연락했어요. 그때 어르신이 전을 좋아한다는 얘길 듣고 그 후로 어르신 근처에서 전을 부치기 시작했어요. 저희도 어르신에게 관심 없는 듯 전만 부쳤죠.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어르신이 조금씩 관심을 보이시더라고요. 그렇게 대화를 하게 되면서 치료도 할 수 있었고, 어르신은 다시 건강해지셨어요”

김 씨는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이런 뿌듯함을 느끼는 만큼 겪는 어려움도 크진 않을까? 그녀는 육체적인 피로보다도 요양보호사에 대한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어떤 분들은 요양보호사를 ‘똥오줌 받아내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그럴 땐 마음이 많이 아프죠. 이 일이 아무리 직업이라고 해도 신념 없이는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니까요. 요양보호사는 전문성이 굉장히 필요한 직업이에요. 그래서 대학에 요양보호과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럼 사람들 인식도 좋아지고, 종사자들 연령대도 낮아질 테니까요. 물론 그러려면 보호사 대우가 좋아져야겠죠”

그녀는 요양보호사를 ‘보살도(보호하고 살피는 길)의 작은 차이로 존경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에 대한 작은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불교에서 말하는 보살처럼 지혜롭고 베푸는 마음이 중요해요. 하지만 이보다도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갖는 게 먼저죠. 어르신들을 내 부모처럼 여기고, 관심을 갖다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려요. 작은 관심이 사람을 바꾸는 힘을 갖고 있어요. 관심을 바탕으로 일을 하니 가족들이 요양원에 왔다가 어르신들의 나아진 모습을 눈물을 흘리기도 해요”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 요양보호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묻어났다.

▲ 김숙자 씨가 요양원에 생활하는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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