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열반 913주기 다례재가 남북한 사부대중 5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11월 26일 개성 영통사 경선원에서 봉행됐다. 이날 다례재는 인천아시안게임의 북측 선수단 참가로 잠시 해빙기를 맞았던 남북 관계가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급속히 냉각된 이후 봉행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현 정부는 최근 이런 경색국면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통해 풀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경색국면을 풀어줄 실마리 찾기에 고민 중이었단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천태종이 개성 영통사에서 규모 있는 법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번 행사는 대각국사 다례재 외에 영통사 복원 9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깃들어 있다. 천태종 사회부장 설혜 스님을 비롯한 30여 명의 남측 대표단과 리규룡 조선불교도연맹 부위원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북측 대표단은 공동발원문과 각각 준비한 연설문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의 통일도 간절히 기원했다. 법회 후에는 개성 관음사를 참배한데 이어 박연폭포의 경치를 살폈고, 늦은 점심 후 개성 시내도 둘러봤다. 천태종에 대한 북측의 호의가 담긴 일정이라 하겠다.

천태종과 조불련은 2002년부터 3년 간 공동으로 진행한 영통사 복원사업 이후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당시 기와 46만장, 단청재료 3000 세트, 묘목 1만 그루, 비닐자재 60톤 등 약 50억원 상당의 자재를 천태종이 지원했다. 2007년에는 7차례에 걸쳐 5000여 명이 개성 영통사로 성지순례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런 인연과 함께 ‘통일 담론’이 쉼 없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천태종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연초 나누며하나되기가 기획했던 개성 삼사순례가 내년에라도 성사된다면 정체된 남북 관계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연결고리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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