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도 인터넷으로 불교 배운다



‘노년층은 컴퓨터와 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이야말로 구세대다.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노인세대를 의미하는 ‘실버(Silver)'를 합친 ‘웹버(Webver)족'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인터넷 보급이 노년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으로 불교를 공부하는 노년인구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교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불교카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4만 명이상의 회원을 보유해 국내 최대 규모의 불교카페로 알려진 다음카페 ‘나무아미타불'도 그중 한곳. 운영자(ID 慧蓮)는 “사이트 특성상 회원 연령층의 정확한 분석이 불가능하고 또 6·70대의 경우 자식 또는 손자가 대신 접속하는 사례도 잦아 정확한 통계는 불가능하다”면서도 “4~5년 전만해도 30대~50대가 주류를 이뤘고, 60대 이상 회원이 극히 미비했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접속하는 60대와 70대 노년층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척추 농양으로 수술을 받은 뒤 4년간 하반신 마비를 겪었던 조계종 전 교육원장 무비 스님(無比·66)도 투병기간 인터넷을 배워 불교카페 ‘염화실'(cafe.daum.net/yumhwasil)을 운영하고 있다. 스님은 각종 불교 교리와 경전 내용을 동영상으로 강의해 20대 못지않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카페에 등록된 회원은 약 7천여 명. 무비 스님은 “이중 최고령은 81세 할머니로 손자의 도움을 받아 활동 중이며, 74세의 할머니는 본인이 직접 접속해 불교강의를 듣고,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카페 노년층 계속 증가 추세
74세 할머니 게시판 글쓰기 “척척”
‘웰다잉' 등 불교 콘텐츠 개발 필요

카페 ‘열린선원'(cafe.daum.net/buruna21)을 운영하고 있는 법현 스님은 “인터넷이 생활화 된 상황에서 사찰에 직접 나오기 힘든 어르신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신행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홈페이지를 관리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스님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정보화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6월 60세 이상 인구 중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람은 15.2%로 집계됐다. 이는 2005년 6월 11%보다 4.2%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1주일 평균 10시간가량 인터넷을 사용하고, 주로 △정보획득(85.6%) △커뮤니케이션(41.7%) △여가활동(27.9%) 등에 활용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도 7.7%에 달했다.

현재 불교계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노인복지관에서도 컴퓨터 관련 교육이 인기를 독점해 2~3개월 기다려야 교육을 수강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6개월 과정으로 윈도우기초반·문서편집반·인터넷반 등 3개 과목 9개 반(1반당 정원 13명)을 운영하고 있는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은 이미 차기 기수 120명의 예약이 끝난 상태. 지난 2월 컴퓨터 강좌를 개설한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의 경우도 현재 120여 명 정도가 차기 강좌 개설을 기다리고 있다.

박수호 중앙승가대학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은 시·공간적으로 이용자의 편의성을 최대한 보장해 줄 수 있는 매체로 젊은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약을 받는 노인들에게 유용한 홍보 매체가 될 수 있다”면서 “불교적 관점에 입각한 웰다잉(well-dying) 등 사업공모를 통해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상당한 포교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수행을 중시하는 대부분의 스님들은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갖는 포교능력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교육과 함께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을 갖는 것이 인터넷 포교를 성공시키는 최고이자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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