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창립, 활동은 미약… 근래 활성화
백설기홍삼다식 명물, 차공양 봉사활동 주력

▲ 황해사 반야차회 회원들이 시음 후 평가를 하고 있다.

“오늘은 세 종류의 연차를 준비했습니다. 각각의 차를 시음하고 품평해 보세요.”

7월 28일 오전 포항 황해사 다도회실 반야차회를 지도하고 있는 서정순 선생의 지도에 따라 회원들은 우려낸 연차를 상석에서 말석까지 전달하고 나서 차를 시음한다.

시음 시간에는 그저 다도실 밖에서 부는 바람 소리와 새소리만 들릴 뿐, 고요했다. 세 종류의 차를 다 마신 뒤 여기저기서 차 품평을 시작한다. 차 얘기를 하다가 ‘자녀가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결혼을 해야 하는데…’ 등 남 앞에서는 쉽게 꺼내놓지 못할 얘기들을 쏟아낸다. 그러면 옆에서 같이 걱정을 해주고 격려를 하며 서로를 다독일 정도로 거리낌이 없었다.

“다도 교육 시간인데, 이렇게 시끄럽게 해도 되나, 차 얘기를 하다 왜 삼천포로 빠지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반적인 다도회의 교육 모습과는 확실히 구분됐다. 그렇지만 시음 때처럼 차를 대하는 태도는 진지했다. 한참을 이런 대화를 지켜보고 나서야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차를 논하고, 가정사까지도 터놓고 얘기하는 방식이 반야차회 다도 교육의 장점임을 알게 됐다.

서정순 선생은 “엄숙한 차 예절은 육법공양 등 시연을 할 때만 제대로 잘 지키면 된다. 평소 수업 때에도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면 지루하고 딱딱해 다도 수업을 기피한다. 그래서 수업방식을 주입식이 아닌 자유토론 형태로 바꿨더니 지금은 회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변해 수업이 활기차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활기찬 모습의 반야차회로 변모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반야차회는 1999년 10월 창립돼 올해로 16년차다. 그러나 연차에 비해 활동은 미약했다. 창립 이후 반야차회는 사찰의 상황에 따라 활동과 멈춤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창립 초반 이성희 회장과 박명옥 선생을 중심으로 포항차인회가 주최하는 들차회, 경주문화원 주최 충담제 등에 참여해 다도를 선보였지만, 활발한 움직임은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2013년 현 주지 문덕 스님이 취임 후 산하단체들의 활동을 적극 장려하면서 다도회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부처님오신날에만 하던 육법공양을 매월 법회 때마다 올리고, 차공양을 하면서 황해사 불자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물론 주지 스님의 든든한 지원 때문에 제정적인 부담도 크게 줄었다. 현재 다도회는 장연진 회장을 비롯해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다도회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서정순 선생으로부터 차 예절교육, 시음, 다식만들기 등 차와 관련된 이론 교육을 받고 실습하며 다도를 몸에 익힌다. 다도회는 배운 다법을 활용해 민들레차ㆍ현미차ㆍ무차ㆍ추엉차 등 대용차를 만들어 시음하고, 대중들에게 공양한다. 특히 오미자녹말다식ㆍ백설기홍삼다식ㆍ푸른콩다식 등 황해사 다도회만의 특별한 다식을 만들어 헌다의식에 선보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백설기홍삼다식의 경우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지만 사람들이 먹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즐겁게 만든다고 한다.

장연진 회장은 “어떤 사람들은 다도회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공주’라고 표현을 한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고상한 것을 한다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며 “하지만 반야차회 회원들은 신심이 돈독한 자원봉사자들이다. 더욱 더 열심히 봉사하는 다도회를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