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군부대 가혹행위로 인한 인권문제가 사회적인 어젠다로 또 다시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난 31일 ‘군인권센터’는 28사단 윤일병 집단 폭행사건의 전모를 밝히면서 심각한 인권유린상황을 브리핑했습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바닥에 뱉은 가래침까지 핥아먹도록 하는 등 비인간적인 행태가 벌어진 것으로 밝혀져 국민들에게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인권유린사태는 군부대에서만 자행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기 장애인 재활시설, 어린이집, 노인복지타운을 운영하는 한 복지재단 이사장과 관계자들이 인권유린행위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사장 등은 다른 장애인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시설 내 장애인의 사지를 결박하고 기저귀를 채운 뒤 4일 동안 감금하면서 설탕물만 먹였다고 합니다.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는 가정 안에서도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가정 내 인권유린은 그것이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당연스레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풍자하는 독립영화 ‘신비한 영어나라’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줍니다. 영화 속 주인공 종우는 여섯 살입니다. 종우는 한 병원 진료실에 누워 있습니다. 토끼 옷을 입은 간호사가 종우에게 묻습니다. “딸기 맛 괜찮아?” 그리곤 딸기향 마취제를 주입합니다. 의사는 두려워하는 종우에게 “조금만 더 고생하자. 그래야 발음이 좋아지지”라며 위로합니다. 울고 있는 종우를 등지고 엄마는 아빠의 전화를 받습니다. “괜찮아요. 다 저를 위해서 그런건데, 뭐” 의사의 날카로운 메스가 종우의 설소대를 찢고, 찢긴 부분을 바늘로 꿰맵니다. 종우는 R발음을 원어민처럼 잘하기 위한 혀 수술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 영화처럼 우리의 부모들은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칼을 들이대는 일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말합니다. “다 너를 위하는 일이야. 어디 엄마 아빠 좋자고 하는 일이니?” 아이의 불평과 반항을 한 마디로 눌러 버립니다.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므로 UN은 아동 청소년의 권리장전이라 불리는 ‘아동권리협약’을 만들었습니다. ‘아동권리협약’에서 강조하는 내용은 아동 청소년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일이 그들에게 미칠 영향을 ‘반드시’ 생각하고 그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협약 제12조에는 “아동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가 있고 어른들은 아동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협약의 내용이 온전히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육조 혜능대사의 일화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속의 인권문제와 관련해 깊은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혜능이 24세 되던 어느 해 나뭇짐을 지고 배달에 나섰다가 한 손님의 〈금강경〉읽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됩니다. 혜능은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應無所住 而生其心)”는 대목을 듣고 마음이 맑아지며 깨닫는 바가 있었습니다. 그 길로 혜능은 호북성 황매현 빙무산에 주석하는 홍인대사의 높은 덕을 전해 듣고 출가를 결심했습니다. 혜능이 홍인대사를 찾아 가 인사를 올리자 대사가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 사는 누구인가?”

“영남의 백성입니다.”

“무슨 일로 왔는가?”

“오직 부처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

“그대는 남방 출신의 오랑캐여서 불성이 없거늘 어떻게 부처가 되려고 하는가?”

“사람에게는 남쪽과 북쪽의 차이가 있겠지만 불성에 어찌 남북이 있겠습니까?”

홍인대사는 혜능의 대답에 그가 법기(法器)임을 알아채고 방앗간으로 보내 주야로 방아를 찧고 장작 쪼개는 일을 하게 했습니다. 얼마 후 혜능은 홍인대사로부터 심지를 깨치고 달마로부터 이어 온 의발을 전수받아 선법의 맥을 잇게 되었습니다.

혜능과 홍인의 문답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북의 차별의식에 대해 혜능은 불성을 내세워 절대평등임을 강조합니다. 이것이 홍인의 인가를 받을 수 있었던 대목입니다.

불교에서는 세속 사회에서 깨달음을 펼치고 불평등한 구조를 바로 잡아 나가는 일을 최고로 여깁니다. 그러므로 십우도에서도 제일 마지막인 열단계의 ‘입전수수(入廛垂手)’를 가장 높은 경지로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입전수수’란 ‘소매를 떨치고 저잣거리로 다시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입전수수는 술집과 생선가게에서도 중생을 교화해 깨달음을 이루게 함을 일컫습니다. 인권이 짓밟히고 유린되는 구조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세속 사회의 정토화는 요원한 일입니다. 우리가 비록 세속에 살면서 갖가지 사업에 힘쓰고 있다고 하지만 부처님 법대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노력을 항상 경주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별역잡아함경〉에서 “바르게 생각하는 힘을 갖추라”고 당부합니다. 이들이야말로 그릇된 인간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세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인권보장은 다름아닌 세속의 인격을 높이는 정토화의 첫 단계라는 점에서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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