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원조 받던 나라에서
젖소 정자 수출 나라로
영양실조 북 어린이 떠올라

올 들어 우유가 남아돈다는 소식이 들렸다. 겨울철 날씨가 포근했던 탓에 우유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먹고도 남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유 재고량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당국의 발표가 나왔다.

이 같은 우유 생산량 통계로 미루어 한국은 이미 낙농국(酪農國)으로 발돋움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원조물자 품목에 끼었던 먹거리의 하나가 분유였다. 우유가 남아돌 만큼 풍요로운 시대를 맞는 가운데 형질이 우량한 한국산 젖소의 정자(精子)가 동아프리카 국가에 수출됐다는 되었다는 흥미로운 기사가 여러 매스컴을 탔다.

그 내용은 농협중앙회 젖소개량사업소가 해외 낙농개발 협력 및 한국산 젖소 정자 수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사단법인 굿파머스와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다음 달 우간다를 시작으로 케냐와 이디오피아 등 동아프리카 국가에 한국산 젖소의 정자를 수출하는 것으로 실행에 들어간다. 물론 한국의 전문가도 파견되어 교잡종을 만들어 내는 기술지도를 담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류가 젖소를 길러 우유를 처음 거두었던 시기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고고학자들은 젖소의 등장 시기를 이집트 고분 벽화의 그림에서 찾는다. 이 벽화는 기원전 1500년쯤의 비교적 늦은 시기에 그려진 그림이다. 그러나 이보다 이른 3500년 전, 아프리카에는 지금의 소와 비슷한 모습의 동물이 이미 서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듯 오래된 소의 본고장 아프리카로 한국산 젖소의 씨앗이 들어가 검은대륙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게 되었다는 현실이 놀랍다.

암컷 젖소가 유방 안쪽의 유선세포(乳腺細胞)에서 합성한 물질을 유두를 통해 분비한 게 우유다. 이 우유는 송아지 말고도 인체에 필요한 갖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었다. 수분ㆍ지방ㆍ단백질 및 무기질 따위의 주성분에다 미량의 비타민과 효소가 들어있다. 그리고 흡수율이 높아 사람들은 우유를 완전한 식품으로 찬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어린이의 발육은 물론 허약한 어른에게도 활력을 불어 넣는 먹거리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생애를 기록한 여러 불전(佛傳)에도 우유 이야기가 나온다. 부처님이 아직은 보살로 머무셨던 시절에 실천한 6년의 고행은 그의 육신을 망가뜨렸다고 한다. 이때 육체의 힘을 선용(善用)하지 않고는 최고의 이상에 다다를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가다국 한 마을에서 장로의 딸 수자타로부터 우유와 쌀을 섞어 끓인 젖죽을 공양 받았다는 내용이 불전에 보인다. 이 우유죽 키르는 부처님 입멸직전, 대장장이 춘다가 부처님께 바쳤다. 스카라 맛다바와 함께 2대공양(二大供養)으로 꼽히는 음식이다.

한국의 낙농이 약진하는 현상을 바라보노라면, 오늘날 북한이 겪는 식량난이 떠오른다. 식량난에 따른 최대의 피해계층은 영유아들이어서 가슴이 아프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북한 동북지역 4개 도에서 실시한 5살 안쪽의 어린이 영양실태조사는 가히 충격적이다. 영유아 10명 가운데 9명이 영양실조로 허덕인다는 것이다.

이참에 약진하는 한국 낙농업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뜬금없이 웬 박수냐고 반문하겠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 낙농업계가 생산한 분유 한 통이라도 가여운 아이들에게 안겨줄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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