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뭇매 맞은 관료제
정권 따라 변화 거듭
바른 정치리더십 필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우리나라 관료제의 문제점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관료조직은 사고 예방조치를 소홀히 했음은 물론 구조 활동에서도 무능함을 드러냈다. 그 원인의 하나가 관료조직과 유관조직간의 유착관계, 즉 관피아의 존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관피아란 관료와 범죄조직 마피아를 합성한 용어다.

관료제란 그 구조와 운영이 문서로 작성된 규칙과 업무의 위계질서에 의해 지배되는 국가의 행정조직을 말한다. 이러한 조직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 중국 등 전근대 국가에도 있었다. 불교에서 전륜성왕의 모델로 삼는 인도의 아쇼카 대왕 시대에도 잘 다듬어진 관료제가 있었다.

근대 관료제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막스 베버는 산업사회에서 관료제의 성장은 전통적 권위로부터 합리적 권위로 전환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것이라 보았다. 그는 근대 관료제의 주요 특징을 실적에 토대를 둔 충원과 승진예측이 가능한 경력단계라고 보았다.

관료제는 현대에 이르러 과학기술과 결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였다. 관료제를 잘 활용한 국가는 과거에 불가능해 보였던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업적을 이룩했다. 한국은 관료제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해방 후 근대 관료제를 모델로 우수한 관료제를 발전시켰다.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은 강력한 정치 리더십과 역동적이고 우수한 관료조직에 의해 가능했다고 평가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관료제는 늘 비판과 개혁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물론 매스컴의 보도대로 관료의 비능률성, 비생산성, 부패, 복지부동 등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가 자신의 입지를 세우는 방법으로 관료제 개혁을 강하게 들고 나오기 때문이다. 5년마다 또 다른 개혁을 추진하기 때문에 관료제는 위축되고 안정적인 발전을 이룩하기 어렵게 된다.

관료제 개혁은 필요하지만 과거와 같은 관료 때리기 식의 개혁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러한 개혁은 대증(對症)적이고 단기적이며 한국 관료제의 우수성은 외면하고 늘 외국에서도 실험단계에 있는 개혁 모델을 한국에 이식하려 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관료제를 진정으로 개혁하려면 개혁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무능하고 부패하게 만드는 인력관리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 이다. 우수한 인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한 공직사회에 새로운 평가 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며 그 대신 공직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내실화해야 한다. 또한 공직자가 공직을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장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직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적절한 보수와 연금에 연계된 실적주의 체계를 확립하는 등 공직에 대한 긍지와 높은 소명의식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개혁에 앞서 관료제는 올바른 정치리더십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 관료제는 위계질서에 의해 지배되는 조직으로 상급자의 명령에 따르게 돼 있다. 관료제는 무능한 지도자 아래서는 외부이권과 결탁한 관피아가 되며 사악한 지도자가 장악하면 엄청난 불행이 초래된다. 관료제는 현명한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 아래 있을 때만 국가의 안정과 번영을 이끄는 전륜성왕의 수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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