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의 CNN 방송이 최근 ‘한국인이 잘하는 10가지’를 보도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열 가지 중에는 성형수술도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외모 가꾸기’에 대한 높은 관심도 전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외모에 대한 관심과 외모를 가꾸려는 열정은 어렵지 않게 목도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나 지하철엔 “예뻐지고 싶거든 찾아오라”는 성형외과 전문병원 광고판이 즐비하게 붙어 있고 텔레비전에선 ‘꽃미남 꽃미녀’들이 대거 나와 오늘날 대중문화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 마디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사회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서울대학교 연구팀의 설문조사 결과 전국 여대생의 절반이 넘는 52.5%가 성형수술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전체 82.1%가 지방흡입 등 성형수술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외모 가꾸기’에 빠져 있을까요? 사회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그 원인은 대중매체와 기성세대에 있습니다. 대중매체와 기성세대는 외모지상주의를 강화하는 기만적 대중문화를 양산하는 협연관계에 있다고 합니다. 이런 관계에서 성을 상품화하고 나아가 상업적 이익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가해지고 있습니다. 화살은 기업체에도 날아갑니다. 인물 위주로 사람을 뽑게 되니 취직하려면 어느 누가 얼굴을 고치지 않겠느냐는 볼멘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대중문화는 그 시대의 정신과 생활유행을 반영하는데 외모와 관련해선 이런 말이 오래전부터 회자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머리 나쁜 것은 용서해도 얼굴 못생긴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인데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이렇게 외모 위주의 편협한 사고가 판치게 됐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존중해야 할 대상은 잘생긴 외모나 멀쩡한 허우대가 아닐 것입니다. 그 속에 진정으로 담겨 있는 인간 됨됨이가 아닐는지요.
부처님께서도 외모로 사람을 대하고 평가하는 것을 경계하셨습니다.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외모가 무척 못생긴 비구가 있었습니다. 이 비구의 얼굴은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추하게 생겼습니다. 이러한 외모 탓에 그는 늘 다른 이들로부터 업신여김과 따돌림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이 기원정사에서 설법을 하고 있는데 이 비구가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이 비구를 보자 모두 고개를 돌리고 노골적으로 업신여기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타이르며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은 저 못생긴 비구를 업신여기거나 따돌리지 말라. 왜냐하면 저 비구는 이미 모든 번뇌가 다하고 할 일을 마친 사람이다. 온갖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결박에서 벗어났으며 바른 지혜로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외모만 보고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 오직 여래만이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느니라.”

이어서 부처님은 외모가 못생긴 비구를 이렇게 평가하셨습니다.

“몸이 크고 얼굴이 잘생겼다고 하더라도 지혜가 없다면 어디다 쓰랴. 저 비구는 비록 얼굴은 못생겼지만 마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러니 외모만 보고 사람을 업신여기지 말라. 모든 번뇌에서 벗어난 저 비구야말로 진정 최고의 장부니라.” 〈잡아함경〉 38권 ‘추루경(醜陋經)’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얼굴은 못생겼어도 그 사람의 몸과 행동에서 기품과 향기를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히 얼굴을 가리켜 인격의 투영(投影)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러므로 얼굴이 비록 못생겼어도 저 비구의 예처럼 번뇌를 여의고 지혜로 충만하게 가꾸었다면 누구의 손가락질과 비아냥을 대수로이 여기며 선남자 선여인으로 무애한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정 불자들의 얼굴은 어떠해야 할까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어서 〈잡아함경〉 41권 ‘월유경(月喩經)’엔 이와 관련한 대목이 나옵니다.

부처님이 라자가하의 죽림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 어느 날 설법 중 달을 비유로 들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음식을 얻기 위해 재가자의 집에 가거든 마땅히 달과 같은 얼굴을 하고 가라. 마치 처음 출가한 신참자처럼 수줍고 부드러우며 겸손하게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가라. 또한 훌륭한 장정이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고 높은 산을 오를 때처럼 마음을 단속하고 행동을 진중하게 하라. 마하카사파는 달처럼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고 처음 출가한 신참자처럼 수줍고 겸손하고 부드러우며 교만하지 않은 겸손한 얼굴로 재가자를 찾아간다.”

부처님의 이 같은 표현에서 우리는 불자들이 지녀야 할 얼굴을 보게 됩니다. 즉 “달처럼 수줍고 부드러우며 겸손한 모습”이 불자들의 얼굴입니다. 부처님은 제1제자 마하카사파도 탁발을 나갈 때 이처럼 달같은 얼굴을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서 달은 수행을 상징한다 할 수 있습니다. 달처럼 맑고 고요한 경지가 얼굴에 나타난다면 그게 곧 수행자의 모습이겠지요.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얼굴, 불자의 얼굴이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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