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홀대받은 한국사
타국 역사의식 비난보다
조국 역사 바로 알아야


지난 7월 28일 서울에서 한일 축구전이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통쾌한 승리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스포츠에서의 승패는 늘 엇갈릴 수 있으므로 우리가 패배한 것이 가슴 아파도 분노하거나 절망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양측 응원단이 내세웠던 승리의 구호나 응원도구였다. 우리 응원단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란 대형 현수막을 걸었고, 일본은 욱일승천기를 흔들었다. 그런데 일본측이 우리 현수막의 문구를 문제 삼자 축구협회에서는 걸개를 내리라고 요구했고, 그 이후 우리 응원단은 응원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정치지도자와 우익단체가 보여주는 언행은 과거 일본군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 위험하다. 총리에서 시작하여 일반시민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되레 자기들이 피해자인 양 호들갑을 떤다. 그 대표적인 예가 8월 6일의 히로시마원폭행사로, 그들은 일본인이 세계 유일의 원자폭탄 피해자라는 사실만 강조할 뿐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강제로 침략하여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입힌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일본을 두고 우리 축구 응원단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점잖게 나무란 것인데, 일본 축구협회와 정치권에서 발끈한 것이다. 한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욱일승천기가 휘날려도 괜찮다는 것을 경험한 일본인이 다음엔 어떤 일을 벌일지 두렵다.

유순하의 〈고궁-경복궁〉은 일본 관광객이 경복궁의 명성황후 시해장소를 찾았다가 매우 흡족한 기분을 느낀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그 까닭은, 마침 그곳을 찾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몇 명의 여성이 “명성황후가 누구니? 민비 그 여자지?”, “저 칼 맞은 여자가 민빈가 봐. 이쁘다 얘”, “그 옆에 죽 둘러선 사람들은 누구니?”, “모두 산중호걸처럼 잘 생겼다” 하며 웃는 광경을 보고 “내 나라(일본) 역사의 상대방(한국)을 촉각적으로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역사의 교훈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우리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진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역사의 현장에서 소설 속 여성들과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일본에게 역사를 잊은 민족이라고 나무랄 만큼 우리는 역사를 정확히 알고 있을까.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교에서 국사를 심도 있게 배우지 않는다. 그것은 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국(사)학계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려 노력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가 없다. 일부 학생들이 3.1운동과 한국전쟁이 발생한 연도를 모른다고 개탄할 게 아니라, 우리 교육에서 한국어와 한국사를 홀대하고 무시해 온 잘못을 인정하고 올바른 교육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일본이 역사를 올바르게 가르치지 않는다고 탓할 게 아니라, 우리가 일제의 침략과 만행을 정확하게 밝혀 널리 알려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황당무계한 퓨전 사극을 통해 역사를 접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역사를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광복68주년을 맞는 오늘, 벚꽃나무가 지천인 여의도에서 무궁화는 보기 힘들다는 신문기사가 눈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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