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부처님의 덕을 높이 기리고 사바세계에 오신 참뜻을 새기는 봉축행사를 치르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큰 일을 치르고 나면 뒷 일을 소홀히 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다 낭패를 겪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더욱이 벌써부터 여름날씨가 시작되는 요즘 꼭 해내야 할 일을 미루고 있지는 않는지요?

어떤 일을 마주했을 때 자칫 우물쭈물했다가 그르치게 되는 경우를 경계하는 얘기는 특히 불교의 선사들에게 많이 등장합니다. 다음의 얘기는 <벽암록> 제38에 나오고 있습니다.

풍혈화상이 영주 아내(衙內)에서 설법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사의 심인은 쇠소[鐵牛]의 선기와 같다. 도장을 찍고 그 도장을 치우면 찍은 자리가 나타나나 찍은 채 그대로 두면 찍혔는지 어떤지 알지 못한다. 이렇게 찍은 채 그대로 도장을 놔 두어 찍힌 자리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찍는 게 옳은가, 찍지 않는 게 옳은가?” 이 때 노피(盧陂)라는 장로가 나서서 말했습니다. “제게는 쇠소의 선기가 있어 새삼 스승의 도장을 찍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자 풍혈화상은 “고래를 낚아 바다를 맑게 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진흙 바닥에 깡충거리는 개구리를 보는 건 애처롭다”하였습니다. 노피 장로가 그만 머뭇거리고 있을 때 풍혈화상이 꽥하고 할을 터뜨리곤 “장로는 어째 다음 말을 하지 않는가?”라고 했으나 노피 장로는 무엇인가 말할 듯이 입을 움직거리고만 있었습니다. 풍혈화상은 불자(拂子)로 한 대 딱 치고 나서 말했습니다. “내가 한 말을 알아들었느냐? 알았으면 뭐라고 말해 보라.” 노피 장로가 여전히 입만 움직거리고 있으므로 풍혈화상은 다시 불자로 딱하고 내려쳤습니다. 목주(牧主)가 “불법(佛法)과 왕법(王法)이 같군요.”라고 했다. 풍혈화상은 “무슨 도리로 그렇게 된단 말이오?”하고 물었습니다. 목주가 “우물쭈물하다가는 나중에 큰일 납니다”고 대답하자 풍혈화상은 곧 단상에서 내려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다 낭패를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심리에는 일의 중요도가 높을수록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복잡한 변수가 뒤따릅니다. 책임과 부담의 정도가 아울러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주저했다간 더욱 일을 그르치게 됩니다. 후사를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내가 그 일에 최선을 다 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가 문제지 실패를 두려워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최선을 다하는 사안에 있어서도 변칙과 술수를 불러들여서는 곤란합니다. 진심과 정성을 기울여 힘을 다 쏟아 부을 때 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땀을 엄청 흘리는 것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는 이들이 있으나 분석과 통계 등을 통하여 온 힘을 다 해 성공시키려 노력하는 땀과는 다른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다음의 얘기도 그저 웃어 넘기기엔 각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것입니다. 과거 주식 투자로 재테크를 하던 A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브라질에 비가 내려 심한 가뭄이 해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A는 이 소식을 접하자 스타벅스 주식을 서둘러 매입했습니다. 그의 투자 논리는 이랬습니다.

“브라질은 세계 최고의 커피 생산국이다. 브라질의 가뭄이 해소되면 커피의 생산력이 좋아져서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하락할 것이며 커피 원두의 가격이 떨어지면 세계 최대의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의 원가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다. 스타벅스의 수익이 좋아지면 자연히 주가가 올라갈 것이다.”

A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그는 한 달 만에 큰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이 얘기는 미국의 경제학자 피터 나바로의 저서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에 등장하는 사례입니다.

선사들의 도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무슨 주식관련 투자자의 일화를 빗대 말하느냐 힐난하실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출세간의 상황적 논리는 다르지 않습니다. ‘궁즉통’이라 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입니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의 코를 뭅니다. 주저할 게 없습니다. 성취하려는 지극한 염원이 있고 절박감이 있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물쭈물하다간 나중에 큰일 난다’는 게 불법과 왕법이 같은 점이라고 목주선사는 대답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멈칫하는 것을 경계하기론 세간·출세간이 같다는 말입니다. 궁지에 몰린 쥐에게 왜 고양이가 코를 물리냐 하면 즉각 제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기 때문입니다.

일의 성취도 이와 같습니다. 일은 주어지는 대로 즉각 처리해야 합니다. 물론 자신감있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취도가 높습니다. ‘할 수 있다’ 또는 ‘된다’는 자신감이 우선 전제돼야 합니다. 옛 선사들이 주저함 없이 나아가라 한 것은 불퇴전의 용맹심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불자들이라면 ‘우물쭈물 할 일’이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낭떠러지에서도 주저함없이 발을 내딛는 선사들의 기개를 잘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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