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사>

이천만 불자와 국민 여러분!

오늘은 초파일, 부처님오신날 입니다.

꽃 핀 자리에 향기 머물고 꽃 진 자리에 열매 맺히듯 부처님은 우리에게 오시어 진리의 향기를 드리우시고 일체 생명이 존엄한 불성을 함장(含藏)하고 있음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그 찬란한 법광(法光) 속에서 한 중생도 부처의 자리를 이탈한 적이 없고 한 부처도 중생의 근본을 외면한 적 없으니 어제도 부처님오신날, 내일도 부처님오신날 입니다.

2557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은 부처와 중생이 한 몸이요 육도(六道)와 삼생(三生)이 한 바탕임을 일깨워 주셨건만 오늘 우리들은 과연 어떤 모습입니까?

끝을 알 수 없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물질만능의 폐퇴(廢頹)가 지역과 집단, 세대와 계층 사이의 갈등과 부조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평화와 상생을 갈망하는 인류의 여망을 외면한 북한의 핵공격 위협도 한반도와 주변 국가 나아가 세계정세를 불안하게 합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세상을 더욱 좁히고 지식을 크게 확장하였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탐욕과 우치(愚癡)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고통 속에서 지혜를 보고, 지혜로써 자비를 일으키고, 자비로써 억조창생을 구제하는 길입니다. 그 길은 이미 부처 이전의 길이요, 중생 이전의 길이었기에 설산동자는 한 구절 진리를 듣기 위해 몸을 던졌고 난타의 가난한 등은 밤을 새워 빛을 발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은 우리 모두의 생일날입니다. 일체중생이 눈을 뜨고, 높은 것은 높아서 아름답고 낮은 것은 낮아서 어여쁜 그 본래의 면목을 찬탄하고 환희하는 날입니다. 전쟁의 위협도 경제 불황도 인륜의 타락도 본래 없는 것임을 사무쳐 보아, 청정자성의 심연(深淵)에 연꽃 한 줄기 피워 올리는 날입니다.

오늘을 축하 하고 내일을 찬탄하는 축제의 풍악을 울립시다.

부처가 부처를 찾아 안부를 묻고

보살이 보살을 찾아 인사를 나누니

산 빛은 푸르러 부처의 몸이요

하늘은 드높아 보살의 얼굴이네.

오늘은 좋은 날, 부처님 오신 날

부처가 가는 길에 부처의 꽃 피어나고

보살이 가는 길엔 보살의 꽃 피어나니

부처의 꽃 보살의 꽃 만중생의 꽃이로다.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장도정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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