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서 제주 해군기지ㆍ연평도 포격 등 질문
국가안보의식 현격한 문제ㆍ괘씸죄 등 적용

“하나님의 뜻일 수도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세 절대왕정사회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다. 지난 1월 31일 국방부가 군종신부를 선발하면서 실시한 사상 검증 면접 문항이다.

국방부는 지난 6일 군종 장교 선발 결과를 발표하면서 군종신부에 지원한 신부 9명 가운데 3명을 탈락시켰다. 군종교구가 추천한 군종신부 후보자들을 국방부가 면접과정에서 탈락시킨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들이 탈락한 이유는 지난 1월 31일 면접에서 나온 제주 해군기지와 연평도 포격 관련 답변이었다고 알려졌다. 당시 면접에는 개신교ㆍ가톨릭ㆍ불교 등 군종장교 4명과 일반 영관급 육ㆍ해ㆍ공군 장교 3명이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이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군종 장교를 포함한 모든 장교들의 국가관을 철저하게 검증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군종신부 후보자들은 신체검사를 거쳐 5명과 4명으로 나눠 면접을 치렀다. 이들 중 탈락한 한 신부는 당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하나님의 뜻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해군기지는 내용보다 이행 과정이 잘못됐다. 잘못된 과정으로 사람들이 아파하는데, 그것이 과연 하느님의 뜻이겠는가”라고 답변했다. 이 신부는 또 “북한이 도발한 연평도 포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서면 질문에는, “분단국가의 60년 응어리가 곪아터진 것이다. 사제 입장에서 어느 한편에 치우친 대답을 하기 어렵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접에 참여한 신부들의 답변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자 한 면접관이 “신부들의 답변이 다 같다. 다른 신부들도 그런가”라고 물었다. 이에 탈락한 다른 신부는 “이념적인 질문이 사목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달라”고 답했다. 면접관은 그 신부에게 “군의 입장이 개인의 입장과 다를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시 물었고, 그 신부는 “내 의견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이들 신부 3명은 면접 직후인 1월 31~2월 1일 탈락 통보를 받았다. 안보관과 면접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국방부는 면접 결과 군종장교 4명은 이들에 대해 ‘합격’ 의견을 냈으나 일반장교 3명 중 일부가 ‘탈락’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군종신부 지원자는 군 복무를 이미 마친 예비역 중에서 교구의 추천을 받아 면접을 보기 때문에 과거에는 이런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김관진 국방장관이 ‘장교들의 국가관을 확실히 검증하라’고 지시했고, 그에 따라 이번 면접에서 그런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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