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이 전체에 영향주듯
작지만 감동적인 실천이
이상적인 사회 실현

 

21세기에 우리가 경험한 여러 정치, 사회현상은 전통적 이론으로 설명하고 대처하기 어렵다.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의 전국적 확산, 촛불집회의 열기, 그리고 2002년 말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킨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여러 번의 선거 결과와 멀리 중동 여러 나라에서 벌어진 자스민 혁명 등은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을 벗어났다. 21세기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 사회현상은 복잡하고 역동적이어서 기존의 정태적인 분석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들을 설명하고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으로 복잡계(複雜系) 이론이 각광받고 있다. 카오스 이론과 함께 복잡계 이론의 중심에 프랙털 이론이 있다.

“영국 해안선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1975년 “자연의 프랙털 기하학(The Fractal Geometry of Nature)”이란 논문에서 프랙털 이론의 창시자 만델브로트(Benet Mandelbrot)가 제시한 질문이다. 영국 해안선의 길이는 200마일 단위로 잴 때보다 25마일 단위로 잴 때, 그리고 단위가 작아 질수록 커진다. 그 이유는 울퉁불퉁한 해안선의 모양이 단위를 점점 작게 해도 전체 모양과 같은 모양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위를 작게 하면 할수록 해안선의 길이는 커지며 만일 1cm 단위로 해안선을 잰다면 엄청난 길이가 나온다. 이렇게 부분의 단위를 줄여도 전체의 모양이 무한히 복제(複製)되어 나오는 구조가 프랙털이다. 프랙털구조는 해안선만이 아니라 나뭇잎 모양, 하늘의 구름모양 등 불규칙한 것처럼 보이는 자연에 무수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나의 작은 티끌 속에 전체가 들어 있고 모든 티끌 속이 다 그렇다네(一微塵中含十方一切塵中亦如是)”라고 7세기 의상대사가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에서 설파한 내용과 일치하는 발견이다.

사회과학에서도 부분과 전체가 서로 닮아 있는 프랙털구조 속에서 개인과 집단은 제한된 기능만을 수행하는 부품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투영하는 전체로 이해될 수 있다. 복잡계 이론은 근대과학의 기계론적 세계관을 탈피하여 세계를 전체적(holistic)이고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본다. 세계는 부분으로 분해해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전체적으로 보아야 하며 복잡계에는 다양한 과정을 서로 일치시키고 조화시키는 자기조직화의 원리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복잡계에서는 부분이 만들어낸 요동(흔들림)에 의해 전체가 변화할 수 있다. 또한 초기의 조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기(大氣)라는 복잡계를 예로 들면 북경에서 나비가 날개 짓을 한 것이 계기를 만나 무한 증폭되면 워싱턴에서는 폭풍이 몰아치는 나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복잡계에서 대부분의 변화들은 부정피드백에 의해 쇠퇴되지만 어떤 변화는 증폭되어 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복잡계 현상은 일부분의 작은 이슈에도 전체가 공명할 수 있는 장(분위기)이 형성되고 새마을운동이나 “붉은 악마” 응원과 같이 무한 자기복제가 가능한 프랙탈 구심점이 생성되며 긍정적 피드백이 있으면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다. 오늘날 정치사회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민심의 변화 기미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국가의 진운에 도움이 되는 작지만 감동적인 실천을 통해 그것이 무한복제의 프랙털 구조를 형성하기를 기대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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