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변화 따라 부드러움 강조
국제정치도 변하게 돼
18대 대통령선거 귀추 주목


“세상에 물처럼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굳세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데 물을 이길 자가 없다. 물은 특별한 형체가 없어 그 형체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과 같이 “나라의 욕됨을 일신에 떠맡을 수 있는 사람은 나라의 주인이고 나라의 불행을 일신에 떠맡을 수 있는 사람은 천하의 왕이다.” 노자 〈도덕경〉 78장에 나오는 말이다.

막강한 군사력과 철통같은 조직의 힘이 지배하던 20세기까지는 현실성 없는 말로 들렸지만 21세기 양자역학의 시대에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이 말은 점차 사실임이 확인되고 있다. 물리학의 세계에서 전자기력은 중력보다 무려 10의 26승(乘)배나 강하지만 음전하와 양전하를 중화시키면 작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중력은 약하지만 질량이 있는 모든 물질 사이에 늘 작용하고 우주에 편재한다.

사람의 힘에 있어서도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왕후장상과 권력자의 힘은 강한 것 같지만 자기 세대에도 지키기 어렵다. 그러나 부처님과 같은 성인의 힘은 부드럽고 미약한 것 같으나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도 여성의 부드러움과 섬세함 때문이다. 냉전이 끝난 후 파워의 비중이 군사력이나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에서 외교와 문화와 같은 소프트파워로 이동함에 따라 정치도 강한 남성성에서 부드러운 여성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한 부패로 얼룩진 남성정치보다는 여성이 깨끗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고 여성의 섬세함이 생활정치에 적합하리라 생각되고 있다.

소프트파워의 유용성은 국제정치에도 부각되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Joseph Nye) 교수는 1999년 <외교정책 Foreign Policy>에 실린 글에서 처음으로 소프트파워의 이론을 제시했다. 이 글에서 그는 국제정치에서 점점 군사력과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보다는 동맹관계, 경제원조, 문화관계 등을 통하여 개발될 수 있는 부드러운 힘, 즉 소프트파워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소프트파워란 군사력, 경제력 등으로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 문화 등으로 상대의 협조를 얻어내는 매력(attraction)이라고 정의하였다.

국제정치에서 소프트파워는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이후 점점 더 관심을 끌게 되었다. 미국과 같은 초대강국도 타국의 협조 없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테러리즘과 싸울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도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2004년 “국제 중국어교수 중국지원자 계획”으로 매년 2억 달러를 투자하여 전 세계에 1억 명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려는 계획을 시행해 왔다. 또한 2004년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2010년까지 500개의 공자학원 설립을 목표로 해당 국가에 중국어와 중국문화의 전파에 공을 들여왔다.

물론 국제정치에서 소프트파워는 하드파워를 가진 미국 같은 나라에게나 유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도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결합한 스마트파워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힘의 정치가 가장 두드러졌던 국제정치에서조차 부드러운 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남성적인 힘과 조직이 지배하던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여성총리가 이미 나왔었고 이번 대선에서는 여성대통령의 탄생 여부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당이라는 조직의 배경이 없는 무소속 후보가 등장한 것도 소프트파워 진출의 또 다른 예로 볼 수 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명제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증명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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