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에 종단의 기강과 승려의 품위를 바로 세우자는 자정(自淨)의 목소리가 포효하고 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불교환경연대·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준비위원회 소속승려들이 최근 공주 마곡사 주지 구속 사태 등에 자극 받아 종단 차원의 ‘불교자정기구' 설립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의 위기는 종단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으로 인해 종단 기강과 질서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단호한 대처와 제도개선 등의 구조적 대안을 제시했다. 또 조속한 시일 내에 재야 불교단체 대표도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열고 종단 차원의 상설 자정기구 설립을 공식 요청하겠다고 했다.

마곡사 사태는 말사주지 임명에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배임수재 혐의로 주지가 구속되면서 잡다하게 불거져 나온 추한 품위 훼손 이야기들이다. 또 이어 종회의원이 사찰 부지 불법 매각대금을 종회의원 선거에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모두가 돈과 권력에 얽힌 추잡한 세속화의 단면들이다.

자고로 성직자의 제1 덕목은 절대 가난이다. 모든 수행의 출발점이며 종착점인 ‘무심'도 바로 이 절대 가난의 터널을 통과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성직자의 절대 가난은 역설적으로는 세상은 물론 나아가 우주까지를 다 소유하는 ‘부(富)'이며 만족이다.

고기 대신에 빈 배 안을 가득 채운 달빛에 만족하는 마음 부자가 진정한 수행자다. 진정으로 이런 수행 종풍을 진작하겠다면 먼저 마곡사 사태와 관련한 종단 어른들의 참회와 자정 의지가 앞서야 한다.

불거진 문제들을 덮어버리는 데 급급하다가는 더욱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모처럼 나온 자정의 목소리를 잘 살려 종단 기강과 질서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