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차 WFB(세계불교도우의회) 한국대회 개막식이 열린 12일 여수 흥국체육관에서 개막식 직전 중국대표단이 입장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티베트 망명정부 대표단과 동석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WFB본부가 중국 측의 요구를 수용, 티베트 대표단의 행사 참석을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대표단은 티베트 행정부 관계자가 행사장에 남아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입장을 거부했다. 결국 개막식은 중국대표단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졌고, 이들은 13일 자국으로 돌아갔다.

중국대표단이 보여준 돌출행동은 세계불교도 간의 우의를 다진다는 대회 취지를 무색케 한 무례하고, 오만한 행동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중국 불교계가 티베트와 관련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3년 마다 주최하는 세계불교포럼에 판첸라마를 등장시켜 ‘티베트와 중국은 하나’라고 공표하는 등 티베트 망명정부를 부정하고, 중국의 패권주의를 거침없이 보여준 바 있다. 이를 감안할 때 12일 WFB한국대회 개막식장에서 보여준 돌출행동도 중국 정부의 의중에 따른 의도된 행동이라 볼 수 있다.

불교계 시민단체는 즉각 중국대표단의 무례를 비난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13일 성명을 통해 “불제자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식을 저버린 중국불교협회에 엄중한 항의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회를 주최한 WFB 사무총장 등이 중국 측의 일방적 주장에 동조해 티베트 대표단을 퇴장시킨 점도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주최 측인 조계종도 14일 입장문을 통해 유감 표명과 함께 중국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중국불교계의 오만과 무례를 이번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동북공정과 관련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중국 정부의 역사왜곡은 거듭 반복되고 있다. 중국불교계가 이번에 보여준 무례 역시 다를 바 없다. 관계 소원을 걱정해 한발 물러난다면 무례와 오만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교류를 위해서라도 반복되는 무례를 용인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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