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은 전 세계 모든 불자들에게 가장 기쁘고, 뜻깊은 날이다. 아기 부처님이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를 외친 이날 우리는 탄생게에 담긴 생명 존중과 인간 존엄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을 다짐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난달 28일 천태종 총본산 단양 구인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은 ‘사회통합’과 ‘종교간 화합’이란 시대적 현안에 적극 부응한, 시의적절한 행사였다.

올해 구인사는 봉축법요식과 함께 ‘구인사 가는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주제의 행사를 연계해 봉행했다. 이 행사에는 다문화가정과 다종교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구인사 봉축법요식에 다문화가정과 다종교인이 함께 참석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개신교 백도웅 목사, 천주교 주낙길 수사, 원불교 김대성 교무와 다문화가정 자녀들로 구성된 레인보우합창단 등은 종교의 벽을 넘어, 출신 국가를 떠나 부처님의 탄생을 함께 축하했다.

외국에선 우리나라를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다종교사회이자, 여러 종교가 잘 어우러지는 사회”라고 평하지만 우리 사회의 종교 갈등은 그 뿌리가 의외로 깊다. 그동안 보수 성향의 개신교계는 공격적인 선교활동을 부채질했고, 이로 인해 종교 간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도리마저도 넘어선 훼불이 자행돼 왔다. 여기에는 현 정부 들어 끊이지 않고 있는 종교편향도 한몫했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사회로의 변화 역시 대표적 사회갈등이다. 정부는 물론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쉼 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결혼이주민·이주노동자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사회 갈등은 빈발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천태종 구인사가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맞아 다문화가정, 다종교인들과 함께 ‘사회통합’과 ‘종교간 화합’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의 참된 의미를 드높인 행사라 칭찬할 만하다.

다문화사회의 정착과 종교 간 화합은 특정일에만 행하는 연례행사여서는 안 된다. 평소 부처님이 이 땅에 나투신 참뜻을 새기고, 이를 실천하는 게 불자의 의무이듯 1년 365일 우리 사회의 ‘화합’과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일 역시 현대를 살아가는 불자가 해야 할 당연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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