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은 불자들에게 있어 한 해 중에 가장 경사스러운 날이다. 이런 시기에 이 무슨 부끄러운 일인가?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다. 평소 계율을 엄격하게 적용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조계종 호계원에서 심의한 승려 파계 관련 사건은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재가단체의 주장은 한 번도 반영된 바 없다. 승려들이 파계 행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측도 마찬가지다. 설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관련 자료를 종단이 아닌 언론에 유포했다. 결과적으로 벼룩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모두 태운 꼴이 됐다. 부처님 말씀을 빌리면 자업자득이고, 인과업보다. 조계종 현 집행부 출범 후 2년 8개월 동안 외치던 ‘자성과 쇄신’은 공염불이었던 셈이다. 조계종은 사건 발생 후 집행부를 교체한 데 이어 ‘승가공동체 쇄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조치가 종단 안팎에 만연해 있는 계율 불감증을 사라지게 하리라 믿는 사람들은 드물다.
계율이 청정하지 못한 승려는 더 이상 수행자가 아니다. 자신을 제도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뭇 중생을 제도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계율이 바로 서지 않고서는 종단도 바로 설 수 없다. 조계종은 이번 ‘승려 도박사건’을 또다시 땜질식 임시방편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연등회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시급한 일은 수행자가 법답게 살아가는 풍토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계율은 집의 주춧돌이다. 계율이 바로 서지 않고서는 조계종의 미래 또한 없다.
금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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