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재가 청정성 회복이 관건
모든 스님 구족계 다시 받은
대만불교 자정 노력 참고해야

최근 조계종단의 주요 인사들이 벌인 도박사건으로 인하여 불교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파문이 일어났다. 국민들의 대다수는 수행을 강조하는 불교계에서 시정잡배들보다도 못한 사건이 벌어진데 대하여 충격을 받았다. 불자들은 믿지 못할 현실에 직면하여 모두가 말문을 닫아 버렸다.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불교계는 포교 기반을 상실할 위기에 직면하였다. 사회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불자들에게는 심리적 박탈감과 동시에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박사건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거기에 더하여 불법적 ‘도촬(盜撮)’과 과거 악행의 폭로, 그리고 종권을 둘러싼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불자들은 크나큰 상실감에 빠졌다.

이에 대응하여 문제의 당사자인 조계종단 내에서는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종단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승가공동체 쇄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계율정신 회복과 승풍 진작을 위한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종단 발전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였다. 또한 종단의 종권 구조에 초연한 수좌스님들은 “미증유의 종단혼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수임기구 설치를 통해 종단을 정상화한 후 총무원장의 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는 ‘종단 사부대중 의식개혁 실천방안’을 위한 기본 방향과 원칙을 제시하였다.

이번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고 하거나 미봉책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기왕에 치부가 드러난 이상 적당히 감추려고 하기 보다는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고 과감하게 이를 실천해야 한다. 출·재가 모두 초발심으로 돌아가 스스로의 계행을 점검하고, 구조적 모순과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종권에 연연하여 계파를 나누고, 종책모임을 결성하여 패거리 정치로 종단을 오염시킬 수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종단과 출·재가 구성원 모두가 청정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어떤 종교의 성직자보다도 수승한 도덕적 윤리적 규범을 세우고 이를 자발적으로 실천할 때 불자들의 돌아선 마음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철저하게 실천하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 불신으로 팽배해진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

우리는 이웃 국가의 사례를 통해서 이번 사태의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 1950년대 대만불교는 승풍이 흐트러지는 등 큰 문제에 직면한 적이 있었다. 이 때 대만불교의 핵심 지도부에서는 출가한 모든 스님들에게 구족계를 새로 받도록 요구하였다. 그리고 출가자들의 공동생활과 철저한 지계행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운재교를 비롯하여 대만불교의 고질적인 병폐와 일본불교의 잔재들을 제거하였다. 불자들은 계행이 청정하지 못한 스님들에게는 일체 공양을 올리지 않았다. 이와 같은 대만불교의 자정 노력은 대사회적인 지도력 강화로 나타났으며, 오늘날 대만사회에서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불교가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다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불자들이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참여하여 종단과 불교계를 정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조계종단의 정화노력이 전체 불교계로 확산되어 복덕과 지혜를 구족한 승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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