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는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선다. 신도들에게 바르고 착하게 살라고 가르치고, 악한 행동을 하면 그에 따른 과보를 받게 된다고 가르친다. 신앙의 대상이나 교리는 차이가 있지만, 표현의 방법이 다를 뿐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중세 이후 서구의 역사는 종교 전쟁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종교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땐 세상을 밝게 만들어야 할 종교가 오히려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불기 2556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종교간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7대 종교가 참여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웃종교 평화주간’ 개막식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UN이 지정한 세계종교화합주간을 맞아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자리다.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등 이 자리에 참석한 7대 종교 대표자들은 “종교간 평화 없이 국가의 평화를 장담할 수 없다”며 “종교간 대화와 화합을 통해 사회와 국가, 세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중세 유럽의 종교전쟁은 끝났지만, 종교 갈등은 북아일랜드·팔레스타인·카슈미르(인도와 파키스탄)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민족 갈등을 내포한 종교 갈등을 포함하면 사례는 더 많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사회 역시 다르지 않다.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뿐, 종교 간 갈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점점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이번에 개최된 ‘이웃종교화합주간’이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최근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장-루이토랑 추기경은 부처님오신날 축하메시지에서 “그리스도인과 불자는 종교간 대화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정의와 평화를 가르칠 공동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종교 화해의 필요성을 강조한 목소리 같지만, 미래 사회에 종교 갈등이 격화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도 들린다. 이념, 정치, 경제 등 다양한 갈등이 곳곳에 산재한 시대인 만큼 종교간 화합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적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웃종교 평화주간’과 같은 단발성 행사가 종교 화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단발성 이벤트가 됐든, 전시행정이 됐든 상관없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종교계의 노력은 부단히 이어져야 한다. 종교 간 화합은 종교 본연의 의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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