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미학 개척자 우현 고유섭의 개성박물관장 시절 자료 “가득”

인천문화재단/260면/10,000원

일찍이 한국적 아름다움의 특질을 ‘구수한 큰 맛', ‘어른 같은 아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던 우현(又玄) 고유섭(1905~1944). 그는 불과 10년여의 연구 기간 ‘고려청자', ‘조선탑파연구' 등 단행본 6권 분량의 저술을 남겼다.
그의 열정은 한국미의 고유성을 일본 미학의 식민주의 그늘로부터 구원하려 한 미학적 독립 의지의 산물이었다. 한국 최초의 미학·미술 사학자인 그의 일기와 개성박물관장 시절 사진 자료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장파, 사사키 켄이치 등 중국, 일본의 대표적 미학자들이 필자로 참여한 이 책은 인천문화재단이 인천대표인물 조명사업의 하나로 연 ‘우현 고유섭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심포지엄' 성과물과 ‘우현 고유섭의 생애와 연구자료전'의 자료들을 한데 모으고, 여기에 부인 이점옥 여사의 필사본 우현약전과 일기초를 더해 제작됐다.
이 책의 1부엔 국제학술심포지엄 ‘동아시아 근대 미학의 기원'의 논문들이 배치됐다. 1부가 전문적 연구의 성격을 띤다면 2부는 지인들의 회고담으로 구성돼 있어 비교적 편안하게 읽힌다. 고유섭 선생의 차녀 고병복 여사 인터뷰, 제자 황수영, 진홍섭 박사의 회고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까진 볼 수 없었던 우현의 면면들을 알게 한다.
3부 ‘우현약전과 일기초'는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다. 이 원고는 우현 선생이 쓴 일기와 메모들을 부인 이점옥 여사가 손수 필사하고 가필한 것이다. 원본이 소실되고 필사본으로만 남아있어 아쉽지만 우현의 생생한 체취가 묻어 있는 귀한 자료다.
4부는 우현 연구의 기초가 될 생애연구 자료를 실었으며, 지난해 인천종합문예회관 대전시실에서 열린 ‘우현 고유섭의 생애와 연구자료展'의 성과들을 망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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