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통합종단 출범 50주년을 맞았다. ‘통합종단’에는 광복 이후 계속돼 온 비구·대처 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새롭게 종단을 출범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당시 비구 측의 명분은 왜색불교 잔재의 청산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권력에 의지했고, 폭력배가 동원된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이어진 송사로 막대한 삼보정재도 유실됐다. 이런 아픈 상처도 ‘통합종단’이란 말에 녹아 있다. 조계종은 자축에 앞서 반백년의 세월과 현재의 모습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분규 당시 ‘대처승 척결’을 주장하며 할복을 시도했던 6비구 중 한 명인 월탄 스님(조계종 원로의원)은 지난 10일 조계사 기념법회에서 “우리 승단은 물질과 권력 만능에 오염됐다. 불교정화를 이룩한 청정비구승들의 위법망구 정신을 계승하자”고 외쳤다. 특히 최근 치러진 조계종 선거와 관련해 “일반사회보다 못한, 영리만을 추구하려는 모습에 한심함을 느꼈다. 이런 비판을 들으며 어떻게 중생포교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조계종단의 쇄신을 당부했다.

자축에 앞서 반성과 참회가 필요한 이유를 단적으로 들려준 말이다. 비단 월탄 스님의 질타가 아니더라도 현 조계종 내부에서는 이미 ‘세속이 종교를 걱정하는’ 현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자승 총무원장 취임 후 추진해온 ‘자성과 쇄신 결사’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지만, 물질과 권력에 젖어 있는 기득권의 복지부동한 행태를 변화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50년 전 비구승들의 절박함을 오늘날 조계종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조계종이란 큰물은 그동안 제대로 흐르지 못했고, 불자들이 마실 수 있는 감로수의 역할을 상실한 지도 이미 오래됐다. 조계종이 통합종단 100년이 됐을 때 자축할 수 있기 위해선 뼈를 깎는 쇄신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50년을 보낸다면 조계종을 보는 불자들과 세간의 시선은 지금보다 더욱 차가워져 있을 것이다.

‘욕지미래 선찰이연(慾知未來 先察已然, 미래를 알려거든 먼저 지나간 일을 살펴라)’이라 했다. 불교는 조선 5백년의 시기도 잘 극복했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생긴 많은 상처도 잘 치유했다. 그 원동력은 ‘위법망구(爲法忘軀)’의 정신이었다. 통합종단 50년을 맞아 썩은 부위를 과감하게 도려내고, 다시 한 번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쇄신에 나서는 조계종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