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선거가 ‘개탄스럽다’는 말은 이미 나돈 지 오래다. 뒷돈과 인신공격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절 살림이 어렵던 예전에는 서로 주지 자리를 맡지 않으려 해서 억지로 맡겼는데, 요즘은 서로 하려고 해 선거를 한다. 그 자리에 앉으면 속된 말로 떡고물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얻겠다며 출가해놓고, 참선이나 염불 등 이판(理判) 대신 너도나도 사판(事判)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서글픈 현실이다.

현행 선거법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조계종단 내부에서도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통합선거법 제정’이다. 불교시민사회단체들은 임시중앙종회를 앞둔 3월 26일 통합선거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날 선거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조계종 선거제도 개선위원회’ 설립도 제안했다. 조계종 종회는 29일 현재 개원 중이지만, 통합선거법 관련 안건은 차기 종회로 이월했다.

통합선거법은 총무원장선거법, 중앙종회의원선거법, 교구종회의원선거법을 통합하는 법이다. 선거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불법행위 시 양측을 모두 엄벌하는 징계조항을 비롯해 부정선거 예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선거권과 피선거권 제한과 비구니 참여 확대 문제 등은 아직도 논쟁 중인 사안이다. 2006년 제14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선거 때도 많은 잡음이 일었다. 급기야 지관 총무원장이 나서 담화를 통해 수습에 나섰다. 지난 2월 범어사 주지 선거도 금권선거 논란을 낳았다. 폐습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통합선거법 제정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종단 기득권층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폐습은 되풀이 되겠지만, 최소한의 제동장치는 필요하다.

조계종 지도부는 얼마 전 천태종과 진각종을 방문해 두 종단의 급성장 동력을 배우고자 했다. 두 종단의 급성장 동력은 재정의 투명화와 집중화다. 조계종이 스스로 변화코자 한다면 사찰 재정과 운용의 투명성부터 키워야 한다. 통합선거법 제정은 이런 종단 변화의 출발점이다. 통합종단이 출범한지 올해로 50년, 조계종이 하루빨리 위의(威儀)를 되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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