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최근 ‘케이블카’(삭도) 논란에 휩싸였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구례군의 화엄사 토지 사용신청을 조건부로 승인한 게 빌미가 됐다. 승인을 반대했던 불교계 환경·시민단체들은 조계종의 조건부 승인에 대해 자칫 무분별한 케이블카 설치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수익방안을 모색하던 지자체는 케이블카 설치 신청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조계종의 결정이 보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지자체가 케이블카 설치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은 국립공원 내 자연환경보전지구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완화하는 내용의 자연공원법 시행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는 6월까지 시범사업 대상지역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지리산 4곳 외에 강원도 양양(설악산), 전남 영암(월출산) 등이 시범사업을 신청했다. 대구(팔공산 갓바위), 목포(유달산), 밀양(천황산), 제주(한라산), 과천(관악산) 등도 추진 중에 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무분별한 케이블카 설치가 환경파괴를 불러온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지자체는 스위스 융프라우 등 유럽의 사례를 들며 등산로보다 환경 훼손이 적고, 효율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대로 된 토론이나 연구 없이 내 주장은 옳고, 남의 주장은 그르다는 목소리만 난무한다. 상반되는 주장이 있을 때는 사업추진이나 인허가에 앞서 공감대 확산을 위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조계종은 현 집행부 출범과 함께 사회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쟁위원회를 설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케이블카 설치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소통은커녕 갈등의 불씨만 키운 꼴이 됐다. 종단 내 환경위원회와 아무런 논의 없이 종무회의에서 결정해 환경위원들이 일괄사표를 냈던 모습이 그 단적인 예다.

전통문화유산을 잘 보존해 후대에 물려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듯, 자연유산 역시 잘 보존해야 한다. ‘등산로가 낫다’ ‘케이블카가 낫다’ 호불호(好不好)를 하기 전에 ‘자연보존이 최우선 과제’라는 원칙에 충실한 논의와 정책 입안, 집행이 필요하다. 조계종이 종단 내부 문제를 넘어 이 같은 측면에서 ‘케이블카의 환경-효율성’ 문제를 공론화하길 기대한다. 사회갈등의 해법을 모색하는 일이야 말로 진정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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