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따뜻한 봄이 오면서 우리 식탁에도 온갖 종류의 음식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봄나물 소개에 한창입니다. 쑥과 달래, 냉이, 부추는 물론 봄동, 취나물에서 방풍나물(갯기름나물), 삼나물(눈개승마) 등 봄철 나물 들이 우리의 입맛을 유혹합니다.

자연이 주는 음식은 언제나 우리에게 행복입니다. 쌉쌀하면서도 자연향이 배어있는 달콤함은 우리의 미각을 돋우기에 언제나 부족함이 없습니다. 식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맛이야말로 우리에게 여유와 흥취를 안겨줍니다.

그런데 이러한 맛에 익숙치 않으면서 음식을 욕구불만 해소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을 중심으로 과식(過食)이 번지고 있다는 통계에 대해선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자나 육류 등의 과다섭취로 인한 잘못된 식습관이 아이 때부터 당뇨와 비만을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비만은 경제발전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1970년대말 남자 1.7%, 여자 2.4%에 불과하던 것이 80년대 남녀 각각 6%대를 보이더니 2천년대 들어와 남자가 18%에 달하고 여자는 10.9%의 수치를 보였습니다. 여자는 외모를 가꾸기 위한 다이어트 영향으로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치를 보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나타나는 비만이 정신적 요인과 무관치 않다는 데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 오토 페니켈(Otto Fenichel)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이 가장 믿지 못하는 심리상태에 이르면 우선 자기 뱃속에 넣고 보자는 심리를 낳게 된다.”

페니켈의 이 말은 심리적 불편을 겪는 사람에게 있어서 먹는 행위란 가장 분명히 믿을 수 있는 방편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엇이든 자기 뱃속에 들어가야 심리적으로도 안심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서양에선 가장 친한 친구 사이를 ‘컴패니언(Companion)’이라 불렀습니다. ‘더불어 빵을 먹는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족을 ‘식구(食口)’라 합니다. ‘같이 밥을 먹는 관계’로서 가장 가까운 것이 곧 가족인 것입니다.

그러나 음식을 먹는 행위가 식탐이 되거나, 과욕을 부리게 된다면 음식을 함께 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불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과식과 식탐이 정신적 문제로 인해 야기된 것이라면 이를 바로 잡지 않을 때 더 큰 질병과 사람 관계의 파탄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경전에서도 먹는 행위에 대한 계율을 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초기불교 당시 제정한 것이지만 음식과 관련해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므로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잡아함경〉 권 18 ‘정구경(淨口經)’에 따르면 수행자는 걸식(乞食)을 원칙으로 하고 4부정식(四不淨食)에 의해 음식을 섭취하지 말라 당부하고 있습니다. ‘4부정식’이란 첫째, 논밭을 갈고 나무를 심어 살아가는 것[下口食]입니다.
둘째, 해와 별과 달, 비와 바람들을 관장하고 연구함에 의해 사는 것[仰口食]입니다. 셋째, 권력에 아첨하며 교언영색으로 재물을 얻어 살아가는 것[方口食], 넷째가 점치고 관상보는 것을 배워 사람의 길흉화복을 말하거나 의술을 배우거나 베풀어 살아가는 것[維口食]입니다.

이 ‘4부정식’은 풍족한 물질과 먹을 것을 취할 수 있는 수단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부처님은 일체 세속의 직업을 갖거나 경제활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치셨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출가 수행자들은 ‘마음 공부’하는 것을 제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수행을 곧 농부의 경작행위에 비유하셨고 수행이야말로 모든 경작행위 중 가장 수승한 것이라 일렀습니다. 다시 말해 먹는 행위 역시 수행의 하나로 간주하셨던 것입니다.

절제되지 못하는 식습관은 자신을 스스로 ‘소외의 성(城)’으로 몰고 갑니다. 정신적인 불안과 공황의 상태로 자신을 가두게 됩니다.

출가자의 ‘걸식’은 소욕지족의 마음 상태를 배우게 합니다. 마음이 굳건하면 소량의 음식으로도 충분히 육신을 건강하게 지탱할 수 있습니다. 정신의학자들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불교의 가르침을 ‘치료법’으로 채택해 활용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두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약사여래께서도 12대원을 세우시되 그 중 하나로 중생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중략)내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생각하면, 먼저 맛있는 음식으로 주림을 달래게 하고 그 다음 참다운 진리의 기쁨을 맛보게 하여 마침내 안락하게 하리이다.”

불자여러분!
음식 하나하나에 수행의 즐거움이 있다고 여기고 대한다면 몸과 마음이 함께 환희할 것입니다. 약사여래의 응화가 또한 이를 증명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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