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대 국회의원 선거(4.11)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교분리’와 관련한 시민의식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더 플랜’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7%가 반대의사를 밝혔다.

30~50대의 반대 비율은 70%를 넘었다. 정부가 종교행사에 예산을 지원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53%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국민들의 시민의식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교 지도자들은 이 같은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시민들의 이 같은 생각과는 달리 지난 8일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정교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가 설교자로 나섰다는 점에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논평을 통해 “국가조찬기도회가 정교분리 원칙이라는 헌법을 위반한 것도 모자라, 종교가 정치권력을 이용해 교세를 확장하려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더 이상 국가조찬기도회가 국가의 미래를 농단하는 상황을 좌시해선 안 된다”며 중단을 촉구한 이유도 민심의 반영이라 볼 수 있다.

일반 불교 신자들의 정서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 국가조찬기도회를 불자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대한불교청년회 등 불교계는 “국가 수장으로서 국격을 훼손시키지 말고 제발 체통을 지켜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유사 행사가 또다시 열렸다. 대통령을 무릎 꿇려 기도하게 한 종교의 권력화와 종교 재벌의 부도덕함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

다행히 불교계는 격년으로 실시해온 대통령초청기원법회를 올해 열지 않는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지난달 개최한 이사회에서 총선·대선·봉축행사 등의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내년 연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일정이 겹치지 않았더라도 ‘무릎 꿇고 기도하는 대통령’을 불교계가 초청해 기원법회를 개최한다는 건 자칫 우스운 꼴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의 종교성향을 떠나 앞서 언급한 시민의식조사 결과를 볼 때도 종교계의 친정치적 행보는 시대흐름과 맞지 않다. 불교 지도자들이 숙고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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