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3월 11일 이웃 일본에 대재난이 닥쳤다.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규모 9.0의 강진은 쓰나미를 동반하며,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폭발을 야기했다. 실종자를 포함한 사망자가 1만9,000명을 넘었다. 피난민은 더욱 컸다. 무려 15만 명. 이들은 재난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전국으로 흩어져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삶의 터전을 잃었기 때문이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원자폭탄 투하로 발생한 원폭 피해를 기억하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원전 방사능 유출은 두려움이자 공포였을 것이다.

한국 불교계가 3.11 대지진 1주기를 맞아 지난 9일 일본 가나가와현 카마쿠라시 코우묘우지(光明寺)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 측은 영산재와 살풀이춤으로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특히 천태종 범음범패보존회 스님들은 법고와 지화 등 한국에서 직접 실어 나른 불구(佛具)를 갖추고 영산재를 시연해 일본 불교계로부터 감사의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추모법회는 한·일 양국 불교계의 단순 교류를 넘어 이웃 국민과 아픔을 함께하고 치유를 기원한, 동체대비 정신의 발로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추모 행사가 양국의 우호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또 하나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

한국 불교계는 이번 추모 행사를 ‘원전’에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 달 전 고리 원전 1호기의 전원이 12분간 끊기는 사고 소식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대지진과 원전의 피해로 신음하는 이웃 국민들을 위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자국민이 유사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때마침 불교 유관단체인 합천 평화의집과 (사)위드아시아가 3월 23·24일 경남 합천군 일원에서 ‘핵ㆍ방사능 피해 없는 평화로운 세상 만들기-2012 합천 비핵ㆍ평화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다.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핵과 방사능’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다. 불교계 안팎의 관심 속에 평화롭고, 알찬 행사로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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