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정반합 이루는 화쟁사상 도입으로 사회갈등에서 벗어나자

대한민국은 동양권이고, 남북이 분단돼있고, OECD국가이고, 월드컵4강 진출을 했었고, 한류 열풍의 근원지이고, IT강국이고…. 대한민국을 소개할 수 있는 항목들이다. 이것은 모두 대한민국의 겉모습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정신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홍익인간인가 아니면 근성이 강한 국민이라고 할 것인가. 별로 명쾌한 답변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불교 국가인가 아니면 기독교 국가인가, 이 질문 역시 대답하기 곤란하다. 우리 문화는 불교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종교는 기독교가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매우 힘들다.

왜 그런 걸까? 그것은 대한민국이 아직 그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어떤 정신 세계를 추구하고 있는지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불교 문화권에 속해있다. 우리 역사에서 불교를 빼고는 보여줄 것이 없을 정도로 불교는 한국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국 불교는 화쟁 사상으로 대표할 수 있다. 화쟁 사상은 우리나라 불교의 저변에 깔린 가장 핵심적인 사상 가운데 하나이다.

원효의 화쟁 사상은 서로 대립되고 있는 논쟁을 보다 높은 차원에서 하나로 융합시키는 화합의 이념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정신을 화쟁 사상 즉 화합에 둔다면 우리는 보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나뉘어 이데올로기가 대립돼있고, 진보와 보수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신세대와 기성세대가 갈등하고 있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사이가 점점 벌어져서 사회 양극화 현상을 초래했다.

이런 대립이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대립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특히나 작금의 정치 상황은 죽기 살기로 상대방을 파멸시키려고 대결 구도를 갖고 있다.

그런데 한심한 것은 우리의 대립은 정당한 논쟁이 아닌 비방이다. 비방은 국민을 현혹시키고 대한민국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든다. 이런 식의 각 세우기가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은 공황 속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도 최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국민 6명 가운데 1명이 정신 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제 화쟁 사상을 발휘할 때이다. 서로 다른 각각의 것이 절묘하게 융합돼서 새로운 하나가 돼야 한다. 요즘은 학문도 융합의 시대이다. 과학과 의학, 과학과 문화가 융합되기도 해서 최첨단 학문을 만들어가고 있다. 제도도 융합이 돼야 한다. 요컨데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융합시켜서 새로운 복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융합이 가장 필요한 분야가 정치다. 정치의 묘미는 정반합을 이루어내는데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 이념을 화쟁 사상에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 화쟁 사상을 대표하는 원효는 극단을 버리고 논쟁의 양면성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했다.

따라서 원효는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화쟁의 논리적 근거를 일심(一心)에 두었다. 마음이 하나이기에 결국은 모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철학적 입장에서 언어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견의 대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사실 우리의 논쟁에는 철학은 없고 언어만 있다.

화쟁의 방법은 이론상의 집착에서 벗어나 부정과 긍정의 극단을 버리고 상호 대립적인 쟁론을 지양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처님을 닮으면 모든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불교를 통해 모나지 않은 둥근 마음을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신이 화(和)로 대표되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한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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