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라고 하면 소크라테스와 칸트, 니체를 떠올리듯이 ‘철학’은 곧 ‘서양철학’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양철학은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공통의 근원을 찾으려는 시도에서 출발했지만, 그 뿌리는 역시 기독교 사상에 있다. 특히 중세철학은 기독교와 철학의 결합을 의미한다. 기독교를 그리스철학에 의해 합리적으로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중세철학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중·고등학교 철학 교과서는 이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불교교육연합회(회장 김희옥, 동국대 총장)가 펴낸 중·고등학생용 철학 교과서 〈생활과 철학〉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 책은 서울시교육청의 최종심의를 통과한 서울시 교육감 인정도서다. 불교적 관점에서 편찬된 최초의 철학 교과서로 동서양 철학사상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균등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자칫 편향되게 형성될 수 있는 중·고등학생의 가치관을 균형 있게 잡아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현직 종립학교 교법사 8명이 직접 내용을 쓰고, 대학에서 불교학과 철학을 전공한 교수들의 감수를 거쳐 2년여 만에 세상에 나왔다. 이들의 노고에 힘입어 이번 학기부터 전국 불교종립학교와 일반계 학교에서 교양 선택 과목의 교과서로 활용될 전망이다. 책의 출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해온 불교교육연합회 측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포교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하는 보시행만이 불자의 역할은 아니다. 또 법당에 불상을 모시고, 전각을 새로 지어야만 의미 있는 불사(佛事)는 아니다. 미래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이 원융한 가치관을 정립하도록 하는 일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불사다. 이를 통해 청소년을 바른 인성을 가진 사회의 주역으로 만들고,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불교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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